연평해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3년 전인 2002629. 전국이 ~한민국의 함성으로 뒤덮였던 바로 그 때.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해군 고속정에 선제 발포를 한 북한의 경비정에 맞서 영해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여섯 명의 장병이 있었다. 역사는 이 날 남북 간에 벌어진 교전을 2연평해전이라 부른다.(앞서 19996월에도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남북 간의 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2002년 발생한 교전은 2연평해전이라 부른다)

 

당시 북한의 경비정에 맞서 조국의 바다를 수호했던 우리 해군 함정은 정장 윤영하 대위가 지휘하던 고속정 참수리 357’. 27명의 승조원 중 24명이 사망 또는 부상을 당했으니 교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연평해전은 참수리 357호에 타고 있던 27명의 승조원들 가운데 윤영하 대위(김무열), 조타수 한상국 하사(진구) 그리고 위생병이던 박동혁 상병(이현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부친에 이어 2대째 해군 사관으로 임관한 윤영하 대위와 어머니가 청각장애인인 박동혁 상병이 같은 날 참수리 357호에 배치되면서 시작한다. 한편 오래 전부터 참수리 357호에서 복무한 신혼의 한상국 하사는 아내와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육지 근무를 희망한다.

 

전쟁영화라고는 하지만 연평해전은 러닝 타임의 2/3를 병영 생활에서 있을 법한 에피소드와 승조원들의 개인적인 일에 할애한다.

 

이와 같은 구도는 후반부에 발생할 전투에서의 희생과 이어지는 이야기의 감동을 자연스럽게 배가하고자 함이다.

 

 

문제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따로 논다는 점이다. 즉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하나의 큰 이야기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야기가 파편처럼 이리저리 튀다 보니 해전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내러티브가 생산되지 않는다.

 

2연평해전에 참전한 참수리 357호의 승조원들 가운데 누구 하나 숭고한 희생을 치르지 않은 장병이 없다보니 딱히 한 사람을 끄집어내어 주인공으로 삼거나 비중을 두기가 곤란했을 것이다.

 

이 경우 각각의 에피소드를 완결된 작은 이야기 도막으로 해서 작품을 엮어 갈 수도 있겠지만 영화 연평해전은 가급적 작가의 상상을 배제하면서 사실에 부합한 작품을 만들려다보니 허구적 재미는 반감되었다. 이 역시 실화의 덫에 빠진 것이다.

 

연평해전에서 굳이 이야기를 만들려면 해사 동기인 윤영하 대위와 최대위(이청아)의 로맨스를 슬쩍 끼워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주의에 입각한 감독은 이야기를 최대한 건조하게 가져갔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최대위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리뷰하면서 자주 하는 말인데 실화를 소재로 소설이나 영화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 이제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근 삼십 분에 이르는 해상 교전 장면을 살펴보자.(실제 교전도 약 30여 분 간 발생했다고 한다)

 

2D로 감상했음에도 전투 장면의 리얼리티는 상당히 높게 보였다. 포탄과 총알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장면의 사실성도 높았지만 윤영하 대위 역의 김무열 등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특히 뛰어났다.

 

이런 류의 영화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오버 액션이다. 열 받는다고 갑자기 람보로 변신해서 드르륵 기관총을 갈기면 관객의 속은 뚫어줄지 몰라도 영화는 앞이 막히는 거다.

 

연평해전은 자기 임무를 다하다가 최후를 맞은 대한민국 장병들의 모습을 특별히 과장하지 않고 그린다. 배우들은 흔히 보는 영웅적 최후가 아니라 인간의 죽음을 연기한다.

 

 

희생자들의 장례식 장면은 실제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연출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동을 자아낸다. 올 초에 개봉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주인공 크리스 카일의 장례식 장면을 연출하지 않고 실제 화면으로 대체한 것과 같은 효과다.

 

더욱 뭉클한 것은 장례식이 끝난 후 보여 주는 자료 화면이다.

 

 

연평해전은 분명 내러티브에 약점이 있는 영화다. 하지만 오버하지 않음으로써 호국반공물이 될 것이란 우려는 멀찌감치 벗어났다.

 

영화는 우리가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을 때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다 산화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들, 형제, 오빠, 남편, 친구가 있었음을 증언할 뿐이다.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