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 전쟁이 끝나도 다리는 남는다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 감독 데이비드 린)의 주인공 니콜슨 대령(알렉 기네스)은 전쟁 영화의 인물들 가운데 지옥의 묵시록의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과 더불어 가장 문제적인 인물입니다.

 

커츠 대령은 베트남 전쟁 중에 캄보디아의 정글로 들어가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인물이죠.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아마도 폭력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을까요?(‘지옥의 묵시록리뷰 참조)

 

 

 

 

1943년 태국의 밀림

 

영국군 공병대가 일본군에게 붙잡혀 포로수용소로 들어온다. 랑군과 방콕을 잇던 철로를 건설하던 일본군은 이들을 이용하여 철로가 지나갈 쾨이강에 다리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다.

 

포로수용소장 사이토 대령(하야카와 세슈)은 영국군 장교들까지 사역에 종사시키려 하지만 공병대장 니콜슨 대령은 제네바 협약을 근거로 장교는 장제노역을 할 수 없다고 맞선다.

 

결국 사이토는 니콜슨 대령을 독방에 가두고 교량 건설을 시작한다.

 

좁은 협곡을 잇는 다리는 그러나 무른 지반으로 인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기술 부족으로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다급해진 사이토 소장은 니콜슨 대령을 석방하고 그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한편 수용소에 붙잡혀 있던 미 해군 사병 시어즈(윌리엄 홀덴)는 노역 중 용케 수용소를 탈출한다.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시어즈는 그러나 일본군이 건설 중인 교량을 폭파하기로 한 미군의 필요에 의해 다시 콰이강의 건설 현장에 투입된다.

 

교량 건설을 지휘하는 니콜슨 대령은 다리는 일본군이 아닌 영국군 공병대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정글 속의 협곡에 다리를 놓는 일에 공병대장으로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도 다리는 남는다며 적국인 일본을 위한 사역을 지휘하면서도 작품을 남긴다는 자세로 현장을 지휘한 니콜슨 대령의 모순은 비극의 발단이 된다.

 

교량을 파괴할 계획을 세운 미군은 첫 열차가 다리를 통과할 때 폭파하기로 하고 워든 소령이 이끄는 폭파팀을 투입한다.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현장에 잠입한 그들은 다리 아래에 몰래 도화선을 설치하는데 하필 물이 빠져 개통식을 준비하던 니콜슨에 의해 발견되고 만다.

 

 

 

 

콰이강의 다리혹성탈출의 원작자이기도 한 피에르 불(1912~1994)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포로 생활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니콜슨 역의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유는 배역을 제안 받은 배우들이 니콜슨 대령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해 고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콰이강의 다리는 전쟁영화이긴 하지만 실은 전쟁은 배경일 뿐 인간심리를 다룬 작품입니다. 앞서 제가 문제적 인간이라고 말했던 니콜슨 대령은 군인 정신에 매우 투철한 인물이죠. 일본군의 괴롭힘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국군 장교로서 자신의 신념과 명예를 지킵니다.

 

그는 노역을 지휘하면서 발주는 일본군이 했지만 다리는 영국 공병대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험난한 협곡에 멋진 다리를 건설했다는 군인으로서의 명예와 바꾼 예술가적 자부심은 결국 그의 목숨마저 빼앗습니다.

 

모순적 인간을 연기한 알렉 기네스는 제30화 아카데미(1958)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연출을 담당한 데이비드 린은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 7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그 해 아카데미를 맹폭했습니다.

 

 

 

 

2015.8.16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