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 관계의 탄생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던 로라가 죽자 클레어(아나이스 드무스티어)는 깊은 슬픔에 빠진다. 로라는 남편인 데이빗(로망 뒤리스)과 갓난아기 루시를 남겨두었다.

 

루시를 보러 갔던 어느 날 클레어는 여장(女裝)을 하고 있는 데이빗을 발견한다.

 

루시에게 엄마를 느끼게 하기 위해 로라의 옷을 입었다는 데이빗에게 클레어는 묘한 동정을 느낀다.

 

데이빗 역시 클레어를 통해 자신 속에 루시를 발견하고자 한다.

 

 

클레어는 여장을 한 데이빗에게 버지니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기묘한 놀이에 빠져든다.

 

함께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클레어는 루시가 버지니아로 환생한 듯한 느낌을 받고 데이빗은 버지니아를 통해 루시의 감정을 맛본다.

 

어느덧 데이빗보다 버지니아가 더 편한 데이빗. 하지만 버지니아는 자신 속에서 불쑥 데이빗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버지니아가 아닌 데이빗으로서 클레어를 느끼고자 하는데..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Une nouvelle amie , The New Girlfriend)는 이성애와 동성애가 혼합된 형태의 독특한 작품이다.

 

데이빗과 클레어 사이의 감정은 3단계를 거쳐 변화한다.

 

먼저, 죽은 친구를 잊지 못하던 클레어는 친구의 남편을 통해 친구를 가져가려 하고 친구의 남편은 아내의 친구와 교우함으로써 자신 속에 아내를 두고자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두 사람 사이에는 루시가 희미해져 가고 버지니아와 클레어라는 새로운 관계가 성립된다.

 

이어 버지니아는 자신 속에서 클레어를 갈구하는 데이빗의 욕망을 느낀다.

 

오종 감독은 이 지점에서 클레어의 욕망과 선택을 보여주지 않고 결말을 열어둔다.

 

 

이 작품의 영어제목은 ‘The New Girlfriend’, 즉 새로운 여자친구다. 새로운 여자친구란 클레어에게 버지니아가 될 수도 있고 버지니아에게 클레어가 될 수도 있으며 데이빗에게 클레어일 수도 있다.

 

이 새로운 관계들의 공통점은 두 사람 사이의 매개가 되었던 로라가 빠졌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누구와 누구가 되었든 새로운 관계의 완성을 강하게 암시한다.

 

오종 감독은 ‘스위밍 풀’(2003)과 ‘인 더 하우스’(2012)에서 보여주었던 인물들 간의 감정 혼입을 새로운 용기(容器)에 담아 내놓았다. 하지만 낯선 관계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정작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