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8. 30. 16:00

[장진영 추모]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애정과 증오 사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감독 김해곤)은 고() 장진영이 남긴 마지막 영화입니다. 장진영은 이 영화 출연 후 SBS 드라마 로비스트(2007) 출연을 끝으로 팬들의 곁을 떠났습니다.(2009.9.1) 알려진 대로 위암 투병 끝에 사망했죠.

 

영화배우로서 장진영은 그다지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주조연 합쳐 아홉 편이 전부입니다. 배우 생활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으며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활동 기간(1999~2006)을 고려할 때 톱스타로서는 적은 편수의 작품에 출연한 편이죠.

 

동시상영관에서는 장진영의 사망 6주기를 맞아 그녀가 남긴 영화 가운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청연’, ‘국화꽃 향기등 세 작품을 특집 게재합니다.

 

 

고깃집 아들 영운은 놀고먹는 인생입니다. 놀고먹는 인생에는 두 부류가 있죠. 집안이 빵빵한 2세와 하릴없는 룸펜. 영운의 어머니(선우용녀)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가든 수준은 아니고 그냥 동네 식당입니다. 그 곳에서 서빙을 하는 영운은 2세라기 보다는 건달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와 어울려 다니는 학이(오달수), 준용(탁재훈)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을 술로 축내는 부류였죠.

 

연아(장진영)는 가끔 영운의 가게에 들리는 나가요걸입니다. 변두리 3류 룸살롱에서 일하는 그녀는 2(손님 입장에서는 3차인가요? ㅎㅎ)를 하기 위해 자신의 손님들과 영운의 가게에 오는 것입니다. 아마 3차를 뛰기 전에 한 잔 더하러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연아는 손님이 아닌 업소 아가씨들과 함께 영운의 가게에 나타납니다. 그 날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전작이 없지는 않았을 테고 암튼 문닫을 시간에 나타난 연아는 대뜸 영운에게 들이댑니다.

 

나 아저씨, 꼬시러 왔거든

 

그날 이후 영운과 연아는 가끔 잠자리도 같이 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렇게 4년이 흐르고..

 

 

영운의 엄마는 영운을 장가보내려 하죠. 노는 아들 결혼시키는 거 보니 아마 돈은 좀 있는 듯합니다. ㅎㅎ

 

영운이 결혼 날짜까지 잡았다는 사실을 안 연아는 영운에게 자신은 왜 안 되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대한 영운의 대답은 너를 나중에 알았기 때문이라는 거였죠.

 

둘러 대다보니 나온 답변이겠습니만 황당하지 않습니까?

 

결국 영운은 무려 4년 간이나 두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는 말이죠.

 

도대체 영운과 연아는 어떤 사이일까요?

 

연아는 잘 알고 지내는 영운의 어머니를 찾아가 자신과 영운의 관계를 고백합니다. 실은 4년간 그렇고 그렇게 지냈다고.

 

하지만 혼삿날은 점점 다가오고 연아는 영운에게 첨도 좋고 세컨드도 좋으니 버리지만 말아 달라고 매달립니다.

 

이 말을 굳게 믿고 결혼 후에도 이중생활을 지속한 영운. 도대체 이 남자는 뭔가요?

 

이상한 건 연아의 속마음입니다. ‘니가 떡치는 걸 상상하면 질투가 안 나는데 그년이랑 다정하게 누워 있는 걸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돌거든

 

연아는 영운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것을 털어 놓고 빡친 영운은 연아를 찾아갑니다..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제목과 내용이 잘 매치되지 않는 영화입니다. 제목은 가볍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장르는 로맨스로 구분되어 있으나 전혀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영운과 연아는 서로를 필요하면서도 증오합니다. 싸우고 섹스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싸우고..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이 'Between Love And Hate'라고 하는데 우리 말 제목보다는 애정과 증오 사이라는 영문 제목이 영화의 내용을 훨씬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운과 연아는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이 무릇 그러합니다.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그러다 정들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정인가 봅니다.

 

영화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125) 동안 영운과 연아의 관계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자꾸만 샛길로 흘러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수의 조역들은 역할이 불분명합니다. 지금은 국민조연인 오달수 마저 다른 조연들과 차별되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를 부조하는 감독의 솜씨는 무딥니다.

 

반면 성격 더러운 나가요걸을 실감나게 표현한 장진영은 제4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건졌다고 봐야죠.

 

 

2015.8.25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