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10. 6. 02:04

대니 콜린스

 

 

1991년 너바나의 네버 마인드’(Never Mind) 앨범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록의 부활이라 칭송했지만 정작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자신 안의 록 스피릿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바나로 대표되는 소위 얼터너티브 뮤직은 상업주의에 찌든 음악시장에 대한 반발로 태동한 언더 그라운드였지만 자신의 음악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에 회의를 느낀 커트 코베인은 몇 년 후 권총 자살로써 록의 순결을 지켰습니다.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 음악적 성공으로 고급 저택과 자가용 비행기, 슈퍼카, 수십 년 연하의 젊은 애인 등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슈퍼스타입니다.

 

나이 일흔에도 불구하고 복대 차고 무대에서 온 몸을 흔들며 히트곡 베이비돌을 부르면 수만 관중이 까무러칩니다.

 

베이비돌은 글세요, AOR은 아니고(ㅋㅋ) 우리로 치면 성인가요에 해당하는 노래였죠. 그에게도 포크를 하던 시절이 있었을 거고 록의 정신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생과 음악 뭐 있나요? 노래에 취하고 약에 취하고(?) 부르는 사람 즐겁고 듣는 사람 흥겨우면 된 거죠.

 

 

새로운 투어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매니저이자 오랜 친구인 프랭크(크리스토퍼 플러머)로부터 존 레논이 자신에게 썼다는 편지를 전해 받습니다.

 

존 레논의 편지라니? 존 레논은 1980년에 죽었는데..

 

반신반의하며 편지를 읽은 대니 콜린스는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러고는 예정되어 있던 투어도 취소하고 내팽개친 아들을 만나러 뉴저지로 떠납니다.(성공한 뮤지션과 실패한 뮤지션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메릴 스트립과 릭 스프링필드 주연의 어바웃 리키의 장면이 겹치기도 합니다)

 

스위트룸이 아닌 스탠더드룸에서 그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이 남의 노래만 불러왔음을 문득 깨닫습니다. 돈만 되는 노래를 부른 거죠. 호텔 방에 피아노를 들인 그는 오랜만에 작곡을 시작합니다.

 

 

한편 뉴저지에 사는 톰 도넬리(바비 카나베일)는 콘서트를 마친 대니가 잠자리를 함께 한 여인에게서 태어난 자식입니다. 그는 아버지 대니 콜린스를 TV에서만 보았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않는 톰의 가족을 만난 대니는 혈육의 정을 느낍니다. 그는 ADHD 증세가 있는 손녀 호프를 비싼 특수학교에 편입시키는 것으로 할아버지의 역할을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작곡한 곡을 가지고 작은 무대에 서보기로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간 거죠. 도대체 존 레논의 편지에는 무슨 글이 쓰여 있었기에 타락한 뮤지션을 한 순간에 바꿔 버린 것일까요? 그리고 대니 콜린스의 작은 콘서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개봉 중인 영화 인턴을 보면 주인공 벤(로버트 드 니로)이 이런 비슷한 말을 합니다. ‘뮤지션에게 은퇴란 없는 건 음악이 없으면 죽음이기 때문이다그러고보니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일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두 분 다 대단하시군요. 와우! 살아 있는 한 일을 해보겠다는 의미인데 일흔이 넘은 대니 콜린스야말로 벤이 언급한 그런 뮤지션일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대니 콜린스(Danny Collins, 감독 : 댄 포겔맨)는 실제 존 레논의 편지를 바탕으로 상상을 덧대 만들었습니다. 실은 이랬다고 합니다. 1971년 스티브 틸스턴이라는 젊은 뮤지션이 한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는데 내용이 대중적 성공이 음악적 재능을 감소시킬까봐 두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읽은 존 레논은 편지를 써서 성공을 거둬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틸스턴을 위로하죠.

 

그러나 존 레논의 편지는 어쩐 일인지 바로 틸스턴에게 전달되지 않고 그 후 사십 년의 세월이 흘러 틸스턴의 손에 들어갑니다.

 

 

영화는 결국 존 레논의 편지를 읽은 대니 콜린스가 뒤늦게 깨달음을 얻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인데 그게 또 쉽지 만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헷갈리더군요. 존 레논의 편지를 받은 대니 콜린스가 갑자기 투어를 취소하고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할을 하겠다며 떠나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한 설정이구요. 차라리 커트 코베인의 고민 같은 뮤지션의 내면적 고통을 부각했다면 좋은 음악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PS : 1981‘Working Class Dog’로 큰 성공을 거둔 릭 스프링필드는 이듬 해 발표한 앨범 타이틀을 ‘Success Hasn't Spoiled Me Yet’으로 했습니다.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도 있지만 나름 록 스피릿을 지켜온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뜬금없이 릭 스프링필드의 얘기를 꺼낸 건 1982년 발표한 그의 앨범 타이틀 때문입니다. Success Hasn't Spoiled Me Yet.

 

2015.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