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판

 

 

최근 난민문제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 문제를 다룬 프랑스 영화 ‘디판’(Dheepan, 감독 자크 오디아르)이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디판’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늘 개봉되었습니다.

 

 

한 스리랑칸인 남성이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하려 디판이라는 남자의 여권을 구합니다. 전쟁통에 사망한 디판이라는 30대 남성은 젊은 아내와 아홉 살 난 딸을 두고 있었습니다.

 

브로커로부터 디판의 여권을 입수한 남성은 완벽한 디판이 되기 위해 역시 스리랑카를 벗어나야 하는 사정이 있는 여성 그리고 (아마도) 가족을 잃은 어린 소녀를 만나 위장 가족이 됩니다.

 

이윽고 프랑스에 도착한 가짜 디판 가족. 꿈을 찾아 왔지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가진 기술도 없으며 돈 없는 유색인종이 낯선 백인의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통역의 도움으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망명을 허용 받아 불체자 신분은 겨우 면했지만 디판에게 주어진 일은 허름한 외곽 아파트의 관리인입니다.

 

아파트 관리인이 어떻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디판에게 주어진 일은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꺼려할 우범지대의 낡고 허름한 아파트를 청소하고 관리하는 단순 노동직입니다.

 

물론 처음엔 자신이 거주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죠.

 

 

프랑스 정부에 가족이라 하고 프랑스 정부가 디판의 말을 믿고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으니 함께 살긴 살지만 갈등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디판의 아내 역할의 여성은 원래 목적지가 프랑스가 아니라 친척이 살고 있다는 영국입니다. 하지만 디판은 이 여성을 영국으로 보내줄 수가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자신의 거짓 망명이 들통 나서 강제 추방당할지도 모르니까요.

 

디판은 동거하는 여성에게 어디 가서 일자리라도 좀 알아보라고 하는데 의외로 좋은 보수의 가정부 자리가 생깁니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좁은 아파트에서 동거하는 젊은 남녀에게 아무런 느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비정상이죠.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살을 섞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곧 사랑은 아닐 것입니다.

 

디판과 동거녀 얄리니가 자신들의 거주지역이 총격이 난무하는 우범지역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목숨마저 위험해 처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과연 가짜 디판 가족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잦은방귀가 똥을 부른다고..(아니 실은 그 반대인가요? ㅋㅋ) 영화 ‘디판’의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이미 ‘예언자’(2009)로 2009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적이 있으며 그 밖에도 베를린영화제나 영국 아카데미 등 굵직한 영화제에서 수상한 전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디판’은 말하자면 프랑스판 또는 오디아르의 ‘가족의 탄생’ 같은 작품입니다. 남녀가 서로의 부족한 곳을 채우며 사랑을 이루는 그의 전작 ‘러스트 앤 본’(2012)의 연결선상에 있더군요. 짐작할 수 있는 결론이 나쁜 건 아니지만 평이하다는 생각이며,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고 보기에는 디테일하지 않습니다.

 

 

사실 난민 문제 또는 불체자 문제는 우리로서도 남의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제3국인들의 지위도 디판 가족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이제는 그들과 공존과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인공 디판 역의 제수타산 안토니타산은 실제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한 작가 출신이며 얄라니 역의 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과 딸 일라이얄 역의 클로딘 비나시탐비도 역시 타밀족 출신이라고 합니다.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이들의 연기에는 이민자의 고단한 삶이 녹아 있습니다.

 

201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