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11. 24. 13:22

프리덤 / 어메이징 그레이스

 

 

 

미국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행복 추구를 건국이념으로 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다. 하지만 미국은 이와 같은 건국이념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안 노예제도를 유지하는 정체성의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오랜 동안 미국인에게 있어 자유란 오직 백색 자유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독립정신과 건국이념이 전 인류의 이상과 가치를 대변한다고 믿은 건 바로 링컨 대통령이었다.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새로운 사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독립정신과 건국이념을 되새긴 결과였던 것이다.

 

 

때는 노예제도가 유지되고 있던 1856. 흑인 노예 사무엘(쿠바 구딩 주니어)이 버지니아의 한 농장에서 가족을 데리고 탈출한다. 악랄한 노예 사냥꾼들에게 쫓기던 사무엘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1748년 서부 아프리카 감비아의 무역항에서 노예선에 실린 사무엘의 고조부 되는 소년은 배 안에서 가족을 잃는다. 삶의 희망을 잃은 소년에게 선장인 존 뉴턴(베르나르드 포처)이 다가와 먹을 것을 내민다.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순조롭게 항해하던 배가 대서양 한 가운데서 폭풍우를 만나 좌초 위기에 처하자 뉴턴은 하느님을 찾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폭풍우가 지나가고 그는 무사히 미국 땅에 도착한다.

 

 

한편 사무엘은 캐나다로 도주하는 과정에서 지하철도단이라는 도망 노예를 도와주는 조직의 도움을 받는다. 노예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사무엘은 자신을 반쪽 인간으로 태어나게 한 신을 원망하지만 곳곳에서 지하철도단의 도움을 받아 국경에 도달하고서는 하느님의 은총을 노래한다.

 

 

영화 프리덤’(감독 : 피터 코센스)은 노예무역에 종사하다가 후에 회개하여 성공회 신부가 된 존 뉴턴의 이야기와 자유를 찾아 탈출한 노예 사무엘의 이야기를 번갈아 진행한다.

 

노예 12의 석세스 스토리로 읽히기도 하는 이 영화는 사무엘이 탈출하는 과정이나 존 뉴턴이 회개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지는 않는다. 또 존 뉴턴의 이야기와 사무엘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지도 않다. ‘프리덤은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추구하기 보다는 하느님의 은총과 교훈적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링컨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지도 150 여년의 세월이 흘렀으며 미국 사회는 흑인 대통령을 배출했다.(물론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은 노예의 후손은 아니다) 또한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외과의사 벤 카슨 역시 흑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 노예를 소재로 한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는 것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 미국 사회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크고 깊은 지 알 수 있다.

 

자유(Freedom)란 완성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다. 미국 사회가 자신들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멈추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가치관을 되새기고 추구하는 노력이라 할 것이다.

 

 

존 뉴턴은 널리 애창되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작사한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화에는 이 곡 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1970년대 후반 큰 인기를 얻었던 유로팝 그룹 보니 엠의 디스코 넘버로 잘 알려진 ‘Motherless Child' 등 여러 곡의 흑인영가와 성가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이 영화는 교회 등의 단체 관람에 힙 입어 지난 주 박스 오피스 5위로 데뷔하는 등 작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