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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오브 더 씨 / 고래의 저주
언젠가 ‘백경’(Moby Dick)을 읽고 받은 느낌은 작가(허먼 멜빌)가 단순히 고래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흰 고래는 작가의 우주이자 추구해야 할 어떤 가치라고 느꼈습니다.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 론 하워드 감독)는 허먼 멜빌이 걸작 ‘백경’을 쓰기 위해 모티브가 되었던 에식스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니커슨을 만나서 들은 사건의 전말을 그린 것입니다. 즉 ‘백경’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죠.
때는 포경산업이 확장일로에 있던 1819년(공교롭게도 허먼 멜빌의 탄생연도도 1819년입니다). 고래 기름은 도시를 밝혔으며 산업기계를 작동시켰습니다.
미 동북부의 주 메사추세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낸터킷섬은 포경산업으로 북적거렸습니다. 항해사 체이스(크리스 햄스워스)는 선장이 되기 위해 이 곳을 찾지만 포경회사의 아들로 태어난 폴라드(벤자민 워커)에 밀려 1등 항해사로 포경선 에식스호에 오릅니다.
보통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선장과 1등 항해사 간에 갈등이 발생할 거라 생각하시나요?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에서 이런 일은 아주 흔한데 만약 경험 없는 사주의 아들이 사장으로 온다면 그날부터 권력지도는 바뀝니다. 오랜 기간 실무에 종사한 임원이 사주의 아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죠.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낙하산이나 은수저에게 대들면 멋있어 보이나요?
예상대로 폴라드 선장과 체이스는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킵니다. 체이스가 멀리서 폭풍이 오니까 돌아가자고 하면 폴라드 선장은 그러면 시간 걸리니 그냥 뚫고 지나가자고 하는 식이었죠.
결국 폴라드 선장과 체이스는 이번 한번을 끝으로 서로 보지 말 것을 약속하지만 그 놈의 ‘한번만’이 늘 문제입니다.
남아메리카 대륙을 돌아 에쿠아도르에 들른 에식스호는 거기서 모비 딕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포경선을 공격하는 거대한 고래라니. 폴라드 선장과 체이스는 모비 딕을 잡기로 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폴라드 vs 체이스’가 아니라 ‘에식스호 vs 모비 딕’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고래를 잡으려 하자 고래가 복수하고 그 결과 좌초되어 석 달이나 표류하다 겨우 구조되는 이야기.
소설 ‘백경’을 읽었을 때 흰 고래가 작가의 우주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는데 ‘하트 오브 더 씨’에서는 자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겨우 살아남아 뼈만 앙상한 에식스 호의 선원들 앞에 마지막까지 나타나 ‘Follow, Follow Me’하며 유혹하는 모비 딕의 모습은 인간의 영혼까지 터는 자본이라는 괴물, 그 자체였습니다.
자본의 특징은 만족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본이라는 괴물을 잡으려 하다가 괴물의 노예가 되어 서로 죽이기를 반복하는 현대인들. 19세기 초, 에식스호의 선원들도 그랬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19세기 후반 들어 포경산업은 석유 채굴로 인해 쇠퇴했다고 합니다. 석유가 고래 기름을 대신하기 전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래가 희생되었을까요?
201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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