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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마술사 / 조선의 물랑루즈 물랑루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스릴러?
사실 마술은 영화에 적합한 장르가 아닙니다. 왜냐면 마술은 눈속임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게 관건인데 영화는 눈속임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건 없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어떤 마술을 하더라도 그걸 믿을 관객은 없죠.
따라서 무협 영화가 무술을 에로 영화가 섹스를 보여줘야 하는 것과는 달리 마술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마술을 보여줘서는 안 됩니다.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 역시 마술을 소재로 했지만 마술영화는 아닙니다.
때는 조선 효종 연간. 조선을 굴복시킨 청나라는 조선 조정에 청혼을 합니다. 공주를 보내라는 것이었죠. 말이 청혼이지 실은 볼모로 삼겠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청나라의 요구를 받은 조선 조정은 고민에 빠집니다. 청나라의 요구를 거절하자니 뒤탈이 우려되었고 청혼을 받아들이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입니다. 해마다 보내는 민간의 처자들로 부족하여 이제는 공주까지 요구하다니. 고민 끝에 조정이 낸 결론은 종친의 딸을 공주로 봉해 청나라에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몰락한 종친의 딸인 청명(고아라)이 청나라로 시집을 가게 됩니다.
비록 공주로 봉해지고 그 덕에 아비와 오라비들이 벼슬도 얻었지만 청명의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의주에 다다라 일행이 잠시 쉬어 갈 때 바깥 세상에 나온 공주는 절벽 아래 푸른 강물에 몸을 던질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극장 ‘물랑루’(勿朗樓)의 환술사 환희(유승호)에게 발각되고 공주는 목숨을 건집니다.
다음의 이야기는 공주와 광대의 신분을 넘은 사랑입니다. 환희는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상대가 공주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공주는 물랑루에서 쇼를 즐깁니다.
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죠.
한편 환희는 어려서 자신에게 환술을 가르친 청나라 마술사 귀몰(곽도원)을 배신합니다. 그런 환희를 찾아 귀몰이 나타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로맨틱 스릴러? 아니 스릴이 있는 로맨스? 하여튼 다시 바뀝니다. 마술영화에서 로맨스로 다시 스릴러로. 하여튼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은 안드로메다를 떠돕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만 결코 사극은 아닙니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효종의 양녀로 들어가 청나라로 시집가는 공주를 원래의 의순공주에서 청명으로 바꿨더군요.
역사적 모티브는 기가 막히죠. 의순공주는 청나라에 가서 황족과 결혼했지만 행복하지 않았으며 후에 부친을 따라 귀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귀국해서도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하죠.
하지만 영화는 공주의 삶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럴 바에야 왜 의순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입니다. 그냥 양가집 규수와 광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도 되지 않나요?
‘조선마술사’는 내용도 부실하고 구성도 산만하지만 이경영 같은 베테랑의 연기도 흐릿할 정도로 연출이 부족한 작품입니다. 다만 물랑루는 기가 막히게 세팅했더군요. 이 영화 ‘조선마술사’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물랑루입니다.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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