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미 달링’과 헬조선

영화 '킬 미 달링'의 한 장면

 

개봉 중인 영화 킬 미 달링’(마이크 반 디엠 감독)은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죽음의 여행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는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죽으려고 하는 주인공 야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자살도우미는 머지 않은 장래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은 84, 남성은 77.2세라고 한다. 이는 20년 전인 1990년 대비 여성은 8.5, 남성은 10년 증가한 것이며, 40년 전인 1970년과 비교해서는 여성은 18.5, 남성은 18.6년 증가한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약 20년 증가했다.

 

의료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앞으로 수명은 점점 증가해 머지않아 인생 백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십년 후인 2026년에는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집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지난 201248.5%로서 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노인빈곤율이란 가처분 소득이 중간 소득의 50%를 밑도는 노인인구의 비율이다. OECD는 가처분 소득이 중간 소득의 50% 미만이면 빈곤층으로 50~150%는 중산층으로 150% 초과는 상류층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6.5%.

 

노인빈곤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해서 노인의 소득 수준을 높이고 노인복지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자유롭도록 일반해고 취업규칙이라는 것을 마련했다. 그러고는 이어서 내년부터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주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공공기관부터 도입하지만 영향은 곧 민간으로 확산될 것이다.

 

내년부터 모든 사업장이 정년 60세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모든 근로자가 다행히 60세까지 잘리지 않고 정년퇴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40년을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성과자 퇴출과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정년의 개념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이다. 정부가 친절하게 인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지 않더라도 지금도 기업들은 사실상 언제든 근로자들을 해고할 수 있다. 그 흔한 명예퇴직이 그것이다. 그나마 명예퇴직시에는 쥐꼬리만한 명예퇴직금이라도 얹어줘서 내보내야 했는데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명퇴금을 주지 않고도 근로자들을 해고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쫓겨난 근로자들은 40년이 아니라 실직 상태에서 어쩌면 50, 60년을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높은 노인빈곤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노인빈곤율과 함께 OECD 부동의 1위인 노인자살율 역시 더욱 높아질지도 모른다.

 

노인의 자살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 가장 주된 원인은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수명 증가에 따른 빈곤 때문일 것이다. 이 땅에 자살도우미가 성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20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