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가 끝난 후에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 온 자'에서 열연 중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금 전 말도 많고 화제도 많던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습니다. 영예의 작품상에는 예상을 깨고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optlight)가 수상했습니다.

 

리뷰 : http://bluehighway.tistory.com/230

 

천주교 보스턴 교구에서 오랜 기간 벌어진 사제들의 성추문 사건을 취재한 보스턴 글로브지 기자들의 활약을 그인 이 영화는 말하자면 헐리웃판 내부자들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는 우리영화 내부자들과 달리 교회권력의 음모가 직접적으로 들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세계 안에서 수십 년 동안 그들끼리만 알면서 사제들의 성추문이 바깥으로 새는 것을 막아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내부자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인터넷을 통해 수상자 발표를 확인하면서(전 시상식을 TV 중개로 보지 못했습니다) 초반에 기술 부문에서 초강세를 보이며 일찍이 6관왕을 차지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조지 밀러 감독)에 밀리던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가 막판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과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저는 레버넌트가 작품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제 예상이 맞을 것으로 확신했었습니다.

 

이냐리투 감독은 작년도에 버드맨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만약 레버넌트가 이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게 되면 아카데미 88년 역사상 작품상 2연패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질 뻔 했던 거죠.

 

이를 두고 이 영화에 대한 제 리뷰(야생의 법칙 : 그 남자의 생존법) 댓글에서 이웃이신 쵸키님이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멕시코 출신 감독에게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쵸키님의 전망이 맞고 말았습니다.

 

리뷰 : http://bluehighway.tistory.com/185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작년에 이어 2연 연속으로 남녀 연기상 부문에 흑인 배우가 단 한사람도 노미네이션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쪽짜리 아카데미니 화이트 아카데미니 하는 말들이 나왔는데 물론 배우조합에 등록된 흑인배우 비율(미국 인구 가운데 흑인 비율과 거의 같은 약15%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을 고려하면 석연치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구색 맞추기일지라도 매년 각 부문 후보에 듣도 보다 못한 작은 영화들이 이름을 올리고 수상을 하는 것을 보면 아카데미가 미국 영화인들의 잔치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제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는 즐기고 먼저 우리 영화판이나 영화제부터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런데 이번 아카데미의 최대 관심사는 사실 인종문제나 작품상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한풀이를 하느냐에 있었습니다. 1993년에 남우조연상 후보로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린 후로 디카프리오는 이십 년 넘게 아카데미의 단골 출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지만 단 한 차례도 수상을 하지 못했죠. 그래서 이번에는 레오에게 오스카를 수여하라는 동정 여론까지 일었는데 디카프리오 결국 해내고 말았군요.

 

그 동안 디카프리오는 제이미 폭스(레이, 77), 포레스트 휘태커(라스트 킹, 79), 매튜 맥커너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86) 등 강력한 경쟁자들에게 밀려 번번이 고배를 들었는데 이번에도 남우주연상 2연패에 도전장을 내민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이라는 호적수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회원들의 선택은 이번에는 디카프리오였네요.

 

끝으로 이번 아카데미는 우리나라 성악가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주제가 ‘Simple Song #3’의 주제가상 수상 여부와 이병헌이 외국어영화상 부문 시상자로 나서 화제가 되었는데 조수미의 ‘Simple Song #3’는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감독이나 배우도 아카데미에서 수상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올해는 또 어떤 괴물 같은 작품들이 나타나 우리를 설레게 하고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릴까요? 아카데미 이제 막 끝났는데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2016.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