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광기

사람들은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습니다. 또 왜 우주에 가느냐고도 합니다.

 

현재 개봉중인 <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를 보고 있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주인공 필립 패티트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높이 412m의 두 건물 사이의 42m를 외줄에 의지한 채 걸어가다니요.

 

필립 패티트는 완전히 미친놈일까요? 아니면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른 아티스트일까요?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중에서

 

그런데 확률적으로 말하면 필립 패티트가 쌍둥이 빌딩에서 줄타기에 성공할 확률이 어쩌면 인간을 화성에 보내고 무사히 귀환시킬 확률보다 높을지도 모릅니다.

 

19615,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많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달에 간다고 당대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달 착륙이나 화성 탐사 같은 미국의 우주 개발 역사는 그들의 서부개척정신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803년 미국은 프랑스로부터 1,500만 달러를 들여 루이지애나를 매입하는데,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루이지애나는 지금의 루이지애나 주가 아니라 북부의 몬태나로부터 남부의 루이지애나에 이르는 즉 지금의 미국와 캐나다의 국경으로부터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이르는 중부를 모두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단숨에 국토를 2배 이상 키웠죠.

 

제퍼슨 대통령이 루이지애나를 매입한다고 의회에 협조를 구했을 때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 하러 황무지를 사느냐며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루이지애나를 매입한 뒤에도 계속해서 서부로 진출했고 그 결과 동쪽으로는 대서양과 서쪽으로는 태평양과 만나는 광대한 국토를 가질 수 있었음은 물론 북미에서 서구 열강을 몰아내고 대륙의 유일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사(이미지 출처 네이버)

 

1800년의 미국의 총인구가 5백만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 루이지애나를 매입하기 이전에도 인구에 비해 엄청 광활한 영토(당시에는 지금의 동부지역이 미국의 영토였음)를 가지고 있었던 미국이죠. 하지만 건국 초기 미국의 대통령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정신이 케네디의 뉴 프론티어로 이어졌고 오늘날 우주 탐사를 주도하는 국가가 된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무인 탐사선들은 벌써 태양계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잖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기에는 미국의 서부개척이나 우주탐사는 아마도 미친짓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 조상들이 미국인들과 같은 정신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오늘날 만주는 우리 영토일지도 모르죠.

 

이와 같이 송곳 꽂을 땅 한 뼘 개척하지 못한 민족(우리 민족의 개척정신은 세종 때 육진개척으로 끝났다는)이니 산에 오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산에 오르는 행위는 결국 내가 있는 곳을 알고자 하는 것이며 이것은 나를 알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 2009> 중에서

 

그런데 인간이 태양계 밖으로 눈을 돌려 알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가요? 그것은 결국 생명은 어디서 왔으며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것일 것입니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아직 나폴레옹과 루이지애나 매입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을 때 탐험대를 조직, 2년간 서부에 대한 대탐험에 들어갑니다. 도대체 불모의 땅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있는 신대륙은 어디인가를 알기 위함이었죠.

 

말씀 드린 것처럼 당시 미국의 영토가 절대 작지 않았고 인구 또한 소수였음을 감안하면 서부탐사와 루이지애나 매입은 먼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봐야죠.

 

결국 이와 같은 미국의 탐험정신과 개척정신이 바로 오늘날 우주 탐사로 이어진 것입니다.

 

산에 오르든 우주로 나가든 누군가 먼저 가기에 길이 나는 것이겠죠. 왜 산에 오르고 우주로 나가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나가는 사람들의 차이는 한 백 년 만 지나면 확연히 드러나는 것입니다.

 

필립 패티트가 와이어에 의존한 채 실제로 쌍둥이 빌딩을 건너는 모습

 

근데 높은 곳에서 줄을 타고 절벽에서 막 뛰어 내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러냐고요?

 

도전과 광기는 한 끝 차이입니다.

 

201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