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명량 / 해전에 가려진 이순신
12 vs 330
김한민 감독의 ‘명량’은 세계 해전사에 유래가 없는 승리를 거둔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왜선의 수가 330여 척이 아닌 130여 척이었다는 말도 있지만 130척이든 330척이든 겨우 12척의 배로 열 배가 넘는 규모의 적선을 물리쳤다는 것 자체가 세계사에서 경악할 만한 사건이죠.
소재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다 보니 영화 ‘명량’은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보다는 해전씬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에 기대고 있는 건 맞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인간 이순신은 스펙터클한 해전씬에 가려 부분적으로 처리될 뿐입니다. 해전씬이 이순신을 방패처럼 가리고 있다고 할까요?
시기와 모함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다가 영웅적 최후를 맞은 인간 이순신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만 영화의 제작 의도는 처음부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조차 입체적 분석이 되지 않으니 다른 인물들은 그저 병풍이죠.
뿐만 아니라 이순신의 대항마로 새로이 등장한 구루지마(류승룡)와 이순신에 대해서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와키자카(조진웅)의 갈등이라든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선조임금의 시기 등은 영화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부여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임에도 거의 활용을 못하더군요.
극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보니 영화는 그저 평면적으로 흘러갑니다. 누구나 아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이니 그저 눈으로만 보아달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해전씬이 스펙터클하지만 이야기가 없으면 영화와 동영상의 차이가 뭔가요?
자주 하는 말이지만 우리 영화, 기술적인 면에서는 헐리웃에 근접했습니다만 내러티브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최민식은 이순신을 끌어내지 못하더군요.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에게 주어진 롤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배우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의 문제로 보입니다. 어차피 인간 이순신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은 아니니까요. 그러다보니 최민식으로서는 자기만의 이순신을 창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개봉 열흘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죠. 종전에 800만 돌파 최단 기록이 ‘도둑들‘의 16일이라고 하니 가히 ’명량 신드롬‘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덩달아 이순신 장군 관련 책자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구요.
이를 두고 진중권씨가 잽싸게 한마디 얹었더군요. 이순신장군의 인기에 기댄 졸작이라고. 요즘 우리 영화 트랜드가 다 그렇잖아요.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실화나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이순신을 필요로 하는 국민적 정서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거죠.
이 작품은 삼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편은 세계 4대 해전 가운데 하나라는 한산도 대첩임을 알려주며 영화가 끝나더군요. 다음 편에서는 내러티브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서점에 이순신 장군 책 많잖아요?
2014.8.8
'동시상영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스캐처 / 열등감 뒤에 감춰진 것 (0) | 2015.02.03 |
---|---|
브레이브 하트 / 스코틀랜드 독립 투쟁의 역사 그린 대서사시 (0) | 2014.09.16 |
필로미나의 기적 / 나는 최고의 드라마를 보았다 (0) | 2014.03.01 |
인사이드 르윈 / 어제 같은 오늘 같은 내일 (0) | 2014.01.30 |
빙우(氷雨) / 그 산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0) | 2014.01.07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