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폭력탐구 2011. 2. 6. 01:00

영화 '타운' / 범죄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벤 애플렉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더 타운(The Town)'찰스타운에서 범죄는 대물림되는 기업 같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살인강도죄로 복역 중인 아버지를 둔 보스턴의 뒷골목 찰스타운 출신인 더그(벤 애플렉)는 동료 젬(제러미 레너) 등과 함께 은행을 털고 젊은 여지점장인 클레어(레베카 홀)를 납치한다. 하지만 원하는 돈을 탈취하는데 성공한 그들은 클레어를 조건 없이 풀어 준다.

 

 

클레어의 신분증을 보고 그녀가 인근에 산다는 사실을 안 강도단은 혹시 그녀가 자신들을 알아볼까 전전긍긍한다. 대담하게 그녀에게 접근한 더그는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강도 당한 일을 털어 놓는 클레어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두 사람의 관계는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폭력적인 젬은 더그에게 클레어와의 관계를 끝내라고 하지만 더그는 오히려 조직에서 손을 떼겠다고 맞선다. 그런 가운데 FBI의 수사망은 점점 조여들고 더그와 젬은 일생일대의 범죄를 기도한다. 과연 한탕하고 손을 씻겠다는 더그의 바램은 이루어 질 것인가?

 

 

은행 강도이긴 하지만 절대로 사람의 목숨은 헤치지 않는 것이 더그의 철칙이다. 그는 자신으로부터 강도를 당하고 짧은 시간 인질이 되었던 여성에게 연민을 느낄 정도로 인간성도 살아 있다. 말하자면 아주 매력적인 강도인 셈이다. 게다가 그만 더러운 손을 씻고 사랑하는 여인과 멀리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이쯤되면 비록 영화 속이긴 하지만 관객들로서는 스톡홀롬 신드롬을 체험할 만하다. 신출귀몰하는 강도단을 어떻게 잡느냐가 아니라 강도들이 어떻게 경찰을 포위망을 벗어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하지만 죽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다는 찰스타운의 조직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범죄를 사주하는 보스는 클레어의 집에 조화를 보내 위협한다. 동료인 젬은 마지막으로 한 건만 더 하자고 유혹한다. 스스로를 보전하고자 하는 범죄의 유전자는 이토록 질기다. 과연 범죄의 유전을 끊고 더그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구원을 받을 길이 있긴 한 걸까?

 

 

벤 애플렉의 두 번째 연출작, '더 타운'은 은행강도라는 아주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강도의 편에 끓어들여 짧지 않은 러닝 타임(124)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데 성공했다. 영화의 종반부는 결말이 틀어지긴 했지만 고전 '내일을 향해 쏴라'가 살짝 비치기도 한다.

 

미국 최대의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가진 찰스타운 곳곳을 누비며 제작된 이 작품은 '폭력의 속성'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 의식을 담고 있음에도 북미 흥행에도 크게 성공하여 이미 제작비의 네 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지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허트 로커에서 생과 사를 초연히 넘나드는 폭약제거반원 역할을 맡아 호평을 받은 제레미 레너는 이 작품에서도 사실감 넘치는 연기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감독으로서 벤 애플렉의 재발견이다. 일부 언론에서 칭하는 것처럼 제2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연출자라는 사실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조직의 보스(피트 포스틀스웨이트)가 어울리지 않게 플로리스트로 나오는 설정인데 뭐, 그가 범죄의 꽃을 피운다고 한다면 그럴듯도 하다.

 

 

감히 이 작품을 2010시즌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한 작품으로 이웃분들에게 추천한다.

 

20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