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와이스 본 / 전쟁이 남긴 것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사라예보를 방문했던 젬마(페넬로페 크루즈)는 그 곳에서 미국 출신의 포토그래퍼 디에고(에밀 허쉬)를 만나 잠깐 동안 사랑을 나눕니다.

 

불꽃같은 사랑을 남기고 로마로 돌아온 젬마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때 다시 나타난 디에고. 재회한 두 사람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지만 젬마의 문제로 아이를 갖지 못합니다.

 

이후 디에고는 내전이 발생한 사라예보의 참상을 사진으로 찍기 위해 사라예보로 떠나고 젬마도 디에고를 따라갑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한 두 사람은 사라예보에서 대리모가 되어 주겠다는 여인 아스카(사뎃 악소이)를 만납니다. 하지만 전쟁 통에 시술을 받을 수 없게 되고 결국 디에고와 아스카가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아이를 만들기로 합니다.

 

세월이 흘러 새 가정을 꾸린 젬마는 사라예보에서 얻은 아들 피에트로(피에트로 카스텔리토)와 함께 다시 사라예보를 방문해서 아스카를 만납니다. 그리고 알게 된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 그 때 사라예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살 빠진 잭 블랙?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의 투와이스 본’(Twice Born, 2012 : 국내 개봉은 2014)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드라마가 아주 센 작품입니다. 극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죠.

 

문제는 극적인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산만하고 불친절하다는 겁니다.

 

 

영화는 중년의 젬마가 장성한 아들 피에트로와 함께 사라예보를 방문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서 과거에 대한 회상이 이어지는데 주인공들이 빈번하게 로마와 사라예보를 오가면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흐름을 쫓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에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 유고 내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과거에 사라예보에서 전쟁이 났었다는 사실 외에는 전쟁 당사자가 누군지 그리고 도대체 왜 그토록 참혹한 일(인종청소)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모든 것을 덮을 만큼 강렬합니다.

 

 

영화에 설명은 없지만 투와이스 본은 아마도 보스니아 전쟁(1992~1995)을 배경으로 한 듯합니다. 당시 유고 연방은 독립을 원하는 보스니아인을 학살과 강간 등으로 말살하려 했는데 영화는 대리모인 아스카의 임신이 실은 점령군인 유고 연방군에 의한 것이었음을 말합니다.

 

즉 젬마가 디에고와 아스카 사이에서 생긴 아이라고 믿고 키운 피에트로는 인종청소의 산물이었던 거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젬마가 허락했지만 디에고는 아스카와 관계하지 못합니다. 디에고는 젬마에게 사실대로 말하죠. 하지만 임신이 된 아스카. 아이를 받은 젬마는 디에고를 남겨 두고 전쟁을 피해 이탈리아로 떠납니다. 돌아오지 않은 남편에게 서운했을까요?

 

이후 디에고를 기다리지 않고 재혼해서 피에트로를 키운 젬마.

 

 

투와이스 본(실은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구성이 산만하고 인물들에게도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불임 부부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그렇다고 대리모 착상이 아니라 별 갈등 없이 제3자와의 직접 관계에 합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다만 마지막의 강렬한 반전으로 인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것은 성공했다고 봐야죠.

 

 

이십 대부터 중년의 여인까지를 연기한 페넬로페 크루즈의 변신은 놀랍습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십 대의 젬마가 본 얼굴인지 사십 대의 젬마가 본 얼굴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이미 중년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겠죠.

 

2016.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