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 프랑세즈 / 음악이 나를 그에게 데려 가네

 

 

전쟁과 사랑, 이 세상의 어느 두 단어보다 어울리지 않지만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핀 꽃처럼 아름다움을 발한다고 할 것입니다.

 

때와 장소는 1940, 독일 치하에 있는 프랑스의 소도시 뷔시입니다.

 

점령군인 독일군은 부대를 주둔시키고자 뷔시의 가옥들을 징발합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루실(미셸 윌리엄스)의 집도 징발되어 독일군 장교 브루노(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입주합니다.

 

전쟁 통에 적군 장교를 집에 들였으니 이러면 부역(附逆)인가요?

 

양순한 프랑스인들에게 독일군은 어떤 인상이었을까요? 무서웠겠죠? 더구나 루실은 전쟁에 나가서 소식이 끊긴 남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독일군 중위 브루노는 생각과 달리 너무나도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습니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음악가였다는 그는 피아노 연주로써 루실의 마음에 다가가죠. 아니 음악이 루실을 그에게 데려갔다는 말이 맞겠군요. 영화에서 루실이 그럽니다. ‘음악은 항상 나를 그에게 데려 간다’(The music always carries back to him).

 

사람들은 원래 누구와 누가 사귀네, 누가 누구를 좋아하네 이런 거에는 무지 민감하잖아요? 루실과 브루노가 몸을 섞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을 사람들은 루실에게 창녀라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아마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가 그렇게 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루실은 자신의 아내를 범하려 한 독일군을 살해한 마을 사람 베노아(샘 라일리)를 자신의 집에 숨겨 줍니다. 독일군 장교가 머물고 있는 자신의 집에 말이죠.

 

공교롭게도 브루노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베노아를 찾기 위해 마을 곳곳을 이 잡듯 뒤집니다. 하지만 베노아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에 숨어 있으니 찾아내려야 찾을 수가 없었겠죠. 대신 엄한 시장이 희생양이 되고 루실은 브루노를 경멸합니다. 독일군도 같은 인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뭐 그런 생각이 들었겠죠.

 

갈등 없는 사랑은 가시 없는 꽃과 같은 것입니다. 남자는 전쟁 대신 사랑을 택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이용하려 합니다. 전쟁 통에 피어난 위태로운 사랑,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스윗 프랑세즈’(Suite francaise, 감독 : 사울 딥)는 클래식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품입니다. 전쟁이 배경이긴 하지만 정쟁 장면은 초반에 잠깐 보여주는 독일공군의 공습 장면이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사람의 이야기죠. 사랑과 갈등. 보는 영화라기보다는 읽는 영화이기 때문에 스토리에 설득력이 있더군요.

 

 

이 영화는 러시아계 유태인 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가 전쟁 중에 보고 겪은 것을 바탕으로 쓴 미완성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프랑스에서 살던 작가는 나치에 붙들려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지난 2004년에서야 비로소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가 되었습니다.

 

 

루실 역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는 그 동안 블루 발렌타인’(2010), ‘우리도 사랑일까’(2011) 등의 영화로 낯익은 배우입니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건강미인으로 보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주 여성스럽게 보이더군요.

 

독일군 장교를 연기한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의 변신 역시 두드러집니다. 이 배우는 마리옹 꼬티아르와 함께 출연한 러스트 앤 본’(2012)에서 본능에 충실한 싸움꾼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엔 아주 감성적인 로맨틱 가이를 보여주더군요.

 

 

스윗 프랑세즈’, 깊어가는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멜로물입니다. ‘스윗 프랑세즈는 영화 속에서 브루노가 작곡한 곡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