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중대

 

 

1979년 발생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비견되곤 합니다.

 

미국이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는다는 구실로 참전했다면 소련은 제국주의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의 공산세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단행했습니다.

 

 

 

 

더욱이 미국이 베트남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소련도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소련은 약 10만명의 붉은군대를 주둔시키며 반대세력에 대한 소탕에 들어갔으나 무자헤딘(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 게릴라 조직)은 험준한 산악지형을 이용한 게릴라 작전으로 무려 10년 간이나 저항한 끝에 소련군을 철수시킵니다.

 

 

 

 

9중대’(감독 표도르 본다르추크, 2005)는 미국이 수많은 베트남전 영화를 제작한 것처럼 러시아에서 만든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전쟁영화의 명품 가운데 하나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자켓’(1987)을 연상케 합니다.

 

1988, 각자의 사정을 두고 징집된 소련 젊은이들은 3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투입됩니다.

 

훈련 과정이 조금 지루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되죠.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게 전 세계 어디서나 군대의 본질은 폭력성입니다.

 

 

 

 

어쨌든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군인이 된 젊은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목격한 건 아프가니스탄 게릴라들의 공격을 받고 폭파되는 자국 수송기의 모습이었죠.

 

바짝 긴장한 병사들은 산악지대에 투입됩니다. 베트남도 이라크도 아프가니스탄도 도무지 반군과 민간인이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나타날 때마다 긴장감 쩔죠.

 

민간인 헤치기 싫은 건 소련군이나 미군이나 마찬가지더군요. 아니 사람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또라이들도 있긴 하죠. 하지만 국적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민간이이라고 오해했다가 당하고 그걸 보고는 복수하고. ‘9중대는 러시아 영화이지만 장소를 산악지대에서 정글로 바꾸면 베트남전을 다룬 웰메이드 미국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영화 속의 상황과 전개가 헐리웃 작품들과 아주 유사합니다.

 

물론 9중대는 전쟁을 다룬 헐리웃의 수많은 걸작들에 비하면 특별히 새로운 건 없습니다. 전쟁에 대한 묘사도 헐리웃의 기술력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다만 소련의 베트남전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적 시각에서 그린 러시아 영화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내레이션으로 처리합니다만 아프가니스탄 철수 후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제9중대원들의 위대한 조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죠.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운 것일까요?

 

 

 

베트남전도 마찬가지죠. 지금 급속히 자본주의화 되고 있는 베트남을 보면 도대체 반세기 전 양측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치열하게 싸운 것일까요?

 

아이들 간의 싸움이나 부부싸움이나 싸움이란 지나고 나면 후회만 남는 것입니다. 그건 국가 간의 전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