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3. 3. 17. 20:00

링컨 / 링컨이 치른 두 개의 전쟁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험 링컨(1809~1865)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이 영화화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미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말이겠죠.

 

하지만 링컨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정도는 노예를 해방한 인물이라는 정도죠.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반대파라도 능력이 있으면 측근으로 기용한 포용력 있는 정치가였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링컨의 모습은 물론 잘 알지 못하던 그의 고뇌까지 들춰냅니다.

 

한 인간으로서 링컨은 과연 어떤 고민이 있었던 것일가요?

 

 

남북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8651, 링컨(대니얼 데이 루이스)은 노예해방을 골자로 한 수정헌법의 하원 통과를 독려하고 있다.

 

당시 하원 구도는 링컨이 속한 공화당이 다수당이었지만 헌법 개정에는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화당 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한다고 해도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헌법개정이 불가능한 형편이었다.

 

타협과 중재는 민주정치의 근간이다

 

링컨의 재임 기간 내내 진행된 전쟁은 남과 북 모두를 지치게 했다. 심지어는 링컨 자신마저도. 애초에 노예해방에 반대해서 연방을 탈퇴한 남부가 일으킨 전쟁인 만큼 사실 북부에서 남부의 의견을 수용하면 전쟁은 종료되고 손쉽게 평화를 얻을 수도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노예해방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력을 전혀 가지지 못한 흑인노예들을 위해 백인들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싸워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노예해방을 반대하는 한 야당의원은 신이 불평등하게 창조한 것을 의회가 평등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아마 다른 정치인 같았으면 여론을 구실로 그만 전쟁을 종식하고 노예해방은 남의 일로 미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링컨은 반드시 전쟁 종료 전에 노예해방을 이루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여론에 굴복해 남부의 연방 복귀를 명분으로 전쟁을 서둘러 끝내고 헌법 개정을 없던 일로 하면 노예해방을 성취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영화에서는 야당 의원을 회유하고 표를 계산하는 노회한 정치인 링컨의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링컨도 별 수 없구나'라는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링컨이 날치기를 시도한 것도 아니고 정치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다.

 

공화당 의원으로 링컨의 지지자인 스티븐스(토미 리 존스)는 결국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당초의 입장을 바꾸어 모든 인간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며 의회에서 헌법 개정을 촉구한다.

 

노예해방을 골자로 한 수정헌법의 통과 직후 북부는 남부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할 수 있었다.

 

 

링컨이 종전을 위해 타협안을 제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노예해방은 다른 대통령의 치적이 되었을 것이며 링컨은 오늘날 그저 내전으로 국력을 소진한 무능한 대통령으로 남았을 지도 모르죠.

 

재임기간 내내 대통령 링컨을 괴롭힌 건 전쟁과 의회였습니다. 4년 동안 70만명이 넘게 목숨을 바쳤다는 남북전쟁.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죠?

 

지금도 많은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이유로 남의 나라에서 자국 청년들이 목숨을 버리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 땅에서 150년 전에 발생한 전쟁은 당시로서는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던 흑인 노예들을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투표권도 없는 노예들을 위해 투표권이 있는 국민들을 전쟁터로 내몰 수 있을까요?

 

의회도 링컨이 싸워야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의회를 설득하고 필요하면 의원들을 회유하는 과정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입니다.

 

영화는 전쟁과 헌법 개정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진 대통령 링컨의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대통령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링컨의 고뇌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링컨은 군에 자진 입대하겠다고 하는 큰 아들 로버트(조셉 고든 레빗)와 이를 만류하는 우울증 환자인 아내 메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약한 일면도 있는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링컨을 연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링컨 자체더군요.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서 본 링컨 대통령의 모습을 어찌 그리 빼다 박았는지.. 표정 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기록에 있는 대로 링컨 흉내를 냈다고 하죠.

 

실제로 링컨 대통령은 신장이 190Cm나 되는 장신이었다고 하는데 대니얼 데이 루이스도 그 정도 신장이기 때문에 싱크로율이 거의 100%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링컨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사상 처음으로 남우주연으로 오스카를 세번이나 들어 올린 그가 앞으로 몇 번 더 시상대에 오를지 기대가 됩니다.

 

연극을 즐기던 링컨은 결국 극장에서 암살 당한다. 연극 관람은 대통령 링컨에게 힐링이 되었을 것이다   

 

PS1 : 영화에서는 네 아들 가운데 둘을 일찍 잃은 아내 메리 링컨의 우울증만 부각됩니다만 사실 링컨 역시 심각한 우울증 환자였다고 합니다. 링컨의 우울증은 유전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른 위인들처럼 링컨의 삶 역시 고통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인생은 호랑이와 더불어 태평양 건너가기인가요? ㅎㅎ

 

PS2 : 영화에서 보면 링컨이 탈영하다 붙잡혀 교수형 대상인 소년병을 사면하고 종전 후에는 남부연합의 지도자인 제퍼슨 데이비스가 망명을 시도한다면 그렇게 하게 두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링컨은 타인의 고통을 보고 견디지 못하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였던 것 같습니다. 노예를 해방해야 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런 심성의 발로였겠죠.

 

PS3 : 영화에서 지진 입대하겠다고 떼를 쓰는 큰 아들 로버트 토드 링컨은 훗날 가필드 대통령(20)과 아서 대통령(21) 정권에서 육군장관을 지냅니다.

 

PS4 : 전 북부가 전쟁에서 승리하면 노예해방은 절로 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2013.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