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3. 7. 7. 14:00

인 더 하우스 / 글이란 무엇인가?

 

글을 쓰는 행위가 노출증이라면 남의 글을 읽는 것은 관음증이다.

 

이루지 못한 작가의 꿈을 뒤로 한 채 고등학교 문학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 형편 없는 학생들의 작문 지도나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제르망은 어느 날 클로드(어니스트 움하우어)라는 학생의 작문을 읽고 단숨에 사로잡힌다.

 

주말에 친구의 집에 가서 느낀 점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문장력과 구성이 아주 우수한 글이 었다.

 

문제는 글의 내용.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클로드의 글은 친구의 엄마를 성적 호기심과 욕망의 대상으로서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클로드의 글솜씨를 높이 평가한 제르망은 본격적으로 클로드에게 문학 지도를 해보기로 한다.

 

 

교사로서 처음엔 글의 내용을 바꿔 볼 것을 권유하던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고 이윽고 공동 창작자가 되어 클로드를 위험에 빠트리고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데..

 

'인 더 하우스'(감독, 프랑소와 오종)는 글을 쓰는 것과 읽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적당한 서스펜스와 애로티시즘을 가미했다.

 

글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실업자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클로드는 친구 라파(바스찬 유게토)의 엄마 에스더(엠마누엘 자이그너)를 첨음 본 순간 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작문 숙제로 제출한다.

 

클로드의 가슴 속에서 꿈틀대던 것은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타자에게 전달된다. 글을 통해 독자는 작가의 머리와 가슴 속을 엿볼 수 있으며 이것은 관음행위다.

 

'인 더 하우스'에서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을 통해 작가인 클로드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본다. 클로드의 머리 속에는 클로드가 간절히 바라는 완벽한 ''이 있었으며 그 ''에는 에스더가 산다.

 

 

에스더는 클로드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작가인 클로드의 성적 대상이던 에스더는 어느 순간부터 독자인 제르망의 욕망의 대상으로 바뀐다.

 

제르망은 클로드를 통해 에스더에게 접근하고 제르망의 지도를 받은 클로드의 글은 점점 파격적으로 되어간다.

 

 

'인 더 하우스'는 최근 개봉된 외화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노출과 관음이 합치면 그 결과는? 섹스다. 즉 글을 읽고 쓰는 행위란 한마디로 작가와 독자의 정신적인 섹스다.

 

영화에서 제르망의 아내(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제르망에게 클로드의 글을 읽은 뒤로 한번도 자신과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르망에게는 클로드의 글을 읽는 행위가 바로 섹스였던 셈이다.

 

아쉬운 점은 실제인지 클로드의 상상인지 제르망의 상상인지 알 수 없던 클로드의 글이 마지막에 가서 낱낱이 깨어졌다는 점이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작가(감독)에 의해 깨지지 않았더라면 독자(관객)의 가슴 속에서 더욱 큰 파국으로 치달았을 것을.

 

 

반항기 있는 눈빛의 어니스트 움하우어는 헐리우드가 눈여겨 봐야 할 소년 배우다. 얼마 전에 개봉한 '웃는 남자'에서 광대를 유혹하는 여공작 역을 맡았던 엠마누엘 자이그너는 이 번에 소년의 유혹에 흔들리는 중년의 여심을 표현했다.

 

201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