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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거’ / 아메리칸 드림과 현실
‘아메리칸 드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유혹이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패의 현실성 역시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야구를 가장 잘 한다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메이저리그(mlb)에서 히스패닉 계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히스패닉 계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국가는 단연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도미니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한마디로 메이저리그의 젖줄인 셈이다.
그러면 많은 도미니카의 젊은이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돈 때문이다.
일단 메이저리그 구단에 스카웃 될 때 두둑한 계약금을 받을 수 있는데다가 메이저리거가 되면 고향에서는 만져볼 수 없는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은 약 50만 달러이며 평균 연봉은 425만 달러로 알려졌다. 일단 메이저리거가 되면 한화로 6억원 가까운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 아메리칸 드림이 머지 않아 보였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도미니카에서 운동 꽤나 하는 청소년들은 누구나 메이저리거를 꿈꾼다. 슈거(알제니스 페레즈 소토)라고 불리는 소년도 그러했다. 동네 야구를 하던 소년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친구들과 함께 캔자스시티의 마이너리그 구단에 투수로 입단한다.
고향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마치 6~70년대에 사법고시 합격자를 배출한 것처럼 잔치를 벌였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친척이라며 나타나 저마다 인연을 내세웠다.
▲ 백인 여성은 동경의 대상이다
열여섯 살의 나이에 스타의 꿈을 키우며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한 소년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다. 그라운드 볼, 플라이 볼, 홈런..
꿈의 나라 미국은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식당에서는 음식 이름을 몰라 첫 날 먹어본 프렌치 토스트만을 매일 시켜 먹었다. 그래서 미국 음식은 너무 달짝지근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삼진을 잡은 공은 하숙집 주인의 딸에게 기념으로 주었다.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소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지만 그녀는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도미니카 출신의 다른 선수는 클럽에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 여자들이 함께 춤을 춘다고 해서 오해하지 말아라. 딱 거기까지 뿐이다.
나중에 그는 도미니카에서 온 다른 선수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삼진 잡은 공 절대로 미국 여자한테 주지 말라고.
처음엔 잘 나갔다. 그래서 하이클래스의 팀으로 옮기기도 했다. 메이저리그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수록 힘든 게 야구였다. 도대체 이 보다 얼마나 더 잘해야 하나?
실의에 빠진 그에게 어느 날 다른 선수가 도움이 된다며 알약을 몇 알 건네주었다. 다음 경기에서 그는 탈삼진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약을 경험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는 컸다.
부진에 빠진 그에게 감독은 불펜 행을 지시했다.
막연히 양키 스타디움 입성을 그리며 카리브해를 건너 온 소년의 꿈은 여기서 끝인가? 팀을 무단이탈한 슈거는 무작정 버스에 올라 아이오와에서 뉴욕까지 갔다.
뉴욕에 도착해 처음으로 가 본 곳은 바로 양키 스타디움. 결국은 이렇게 와보는 구나.
도대체 소년의 아메리칸 드림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슈거’(감독 : 애나 보든, 라이언 플렉, 2008)는 야구영화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거가 아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마이너리거의 삶을 그린다.
미국에 건너 온 소년은 문화 충격을 받는다. 말도 통하지 않고. 백인 여성은 동경의 대상이다. 조급한 소년은 쉽게 약의 유혹에 빠진다. 야구만큼 쉬운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 와보니 가장 어려운 게 야구였다. 세상에는 야구 잘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99%의 마이너리거에게 있어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달콤한 꿈을 깬 후에 남는 건 현실의 고통이다.
미국인들은 히스패닉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스프링 캠프의 절반은 무 뽑듯 뽑혀온 히스패닉 계 선수들이 채우고 있다. 소년 슈거의 꿈은 그렇게 많은 히스패닉 소년들이 똑같이 꾸는 꿈이다.
▲ 미국에 와보니 스프링캠프의 절반은 같은 고향 도미니카 출인이다
아메리칸 드림? 그 말은 일단 개같이 일부터 해보란 뜻이다.
2016.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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