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4. 16. 21:03

마파도 / 로또의 꿈

 

한 때 조직을 이끌던 신 사장(오달수)는 잘 아는 다방 여종업원 장미(서영희)에게 로또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다.

 

그러나 장미는 신사장이 골라준 번호가 당첨이 되자 복권을 들고 잠적한다.

 

장미가 튄 것을 안 신 사장은 비리 형사 충수(이문식)에게 수하 재철(이정진)을 붙여주며 장미를 잡아달라고 요청한다. 잡아주면 당첨금 가운데 30억을 지급하겠다며.

 

장미의 행방을 추적하던 충수는 장미의 본명이 장끝순이며 고향이 전라남도 마파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틀림없이 고향에 들릴 것이라는 예감으로 재철과 함께 마파도를 찾은 충수.

 

 

그런데 이 섬, 뭔가 이상하다. 주민이라고는 달랑 다섯 할매 뿐.

 

왕래도 없어 닷새에 한번 정기선이 오가는 마파도에 꼼짝없이 갇힌 충수와 재철은 섬에 도착하고부터 남자 구경한지 오래되었다는 다섯 할매의 갖은 시중을 든다.

 

이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두 남자. 돈이고 뭐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섬부터 벗어나고 보자. 끝순을 마냥 기다리다 지친 두 남자는 섬을 떠나기로 하는데 그때 마침 끝순이 나타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감독의 반열에 오른 추창민 감독의 데뷔작 마파도’(2005)는 육지로부터 고립된 외딴 섬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농어촌의 현실과 인간 욕망의 허무함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한때는 북적거렸다는 마파도는 이제는 노파 다섯이 지키는 쇠락한 섬이다. 젊은이들은 모두 도회지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끝순이도 그런 젊은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도시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시골 출신의 끝순이가 과연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팔던 끝순이는 어찌어찌해서 신사장이 단골인 다방까지 흘러갔을 것이며 아무리 벌어도 빛이 늘어만 가는 이상한 나라를 벗어나고자 신 사장의 로또를 가지고 튀었을 것이다.

 

 

한편 끝순이 로또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 충수와 신 사장은 섬에 지천으로 갈려있는 대마 밭을 보고 또 다른 로또의 꿈을 꾼다.

 

하지만 로또를 꿈꾼 대가는 참혹했다.

 

모든 것이 꿈처럼 끝이 나고 충수와 재철은 맛있게 대마를 나눠 피운다. 자신들이 피운 대마를 말은 종이가 바로 160억짜리 복권인 줄도 모르고.

 

 

2016.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