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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클린' / 고향과 제2의 고향 사이에서
알다시피 미국은 17세기 이후 대서양을 건너 유럽 각지에서 건너 온 백인들에 의해 건국된 나라다.
근래 들어 주로 히스패닉과 흑인의 증가로 미국 인구 가운데 백인의 비율이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백인은 미국 인구의 약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 각지에서 건너 온 미국의 백인을 원적(原籍)별로 분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영국계 미국인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실은 독일계라고 한다. 지난 2013년 실시된 미국 인구 조사 결과 독일계 미국인은 약 4,600만명으로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은 아일랜드계로 나타났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은 약 3,300만명으로 미국 인구의 10%를 조금 넘는다. 영국계는 이보다 적은 2,500만명이며 다음이 이태리계로 약 1,700만명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이민을 떠나는 이유는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해서다. 정치적 불안이나 경제난, 종교적 핍박은 이민을 촉발한다. 19세기 중반 이후 많은 유럽인들이 바로 이러한 원인으로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갔다.
미국 인구 가운데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일랜드인이다. 오늘날 아일랜드의 인구가 5백만 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주(移住) 후 자연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아일랜드인이 고향을 떠났는지 알 수 있다.
흔히 아일랜드를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라라고 말한다. 무엇이 슬프다는 말일까?
아일랜드는 12세기 이후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무려 7백 년 간이나 바다 건너 영국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다. 피침과 침략의 역사라는 면에서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에 곧잘 비교되는데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룬 반면 아일랜드의 북부 지역은 아직도 대영제국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수많은 아일랜드인이 신대륙으로 건너 간 이유는 수탈과 기근 때문이다. 특히 19세기 중반의 대기근은 아일랜드인의 대이동을 유발했다.
아일랜드인의 신대륙 이민사를 배경으로 한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1992)에서 소작농의 아들인 주인공 조셉(톰 크루즈)은 ‘땅은 사내의 전부이자 영혼’이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고 지주의 딸인 셰년(니콜 키드먼)과 함께 땅을 거저 나눠 준다는 아메리카로 떠난다.
다른 민족들도 사정이 다르진 않겠지만 이처럼 특히 아일랜드인의 이주(移住)에는 묘한 슬픔이 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각색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브루클린’(감독 존 크로울리) 역시 가난한 아일랜드인의 미국 이민사를 다룬 작품이다.
때는 1950년대,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에서 잡화점 점원으로 일하는 에일리스(시얼샤 로넌)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 사제의 주선으로 고향을 떠나 홀로 뉴욕 브루클린으로 떠난다.
LA에 한인들이 모여 사는 것처럼 아일랜드인이 많이 거주해서 고향 같은 느낌이 든다는 브루클린이지만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다행히 낮에는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며 저녁에는 야간 대학을 다니게 된 에일리스. 그녀는 다른 아일랜드 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며 향수를 잊으려 하지만 아일랜드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탈리아계 남성 토니(에모리 코헨)를 만난 에일리스는 곧 사랑에 빠져 행복을 꿈꾼다.
◆ 두 남자와 두 고향 사이에서
그러나 언니가 죽었다는 전갈을 받고 아일랜드로 떠나게 된 에일리스. 언니를 잃고 힘들어 하던 그녀는 아일랜드에서 짐(돔놀 글리슨)을 만나 아픔을 이겨낸다.
태어난 고향에서 만난 남자와 제2의 고향에 두고 온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에일리스. 과연 그녀의 선택은?
영화 ‘브루클린’의 두 남자가 상징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조국 아일랜드와 미국일 것이다. ‘브루클린’은 두 남성과 한 여인의 멜로물로 포장했지만 실은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는 아일랜드 본토보다 약 7배나 많은 아일랜드인이 살고 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은 유대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절반은 아일랜드계 혈통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열과 소득 수준도 미국 내 평균 이상이다.
영화 ‘브루클린’은 아일랜드의 슬픈 이민사를 모르면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작품이다. 미국 아카데미서 수상에 실패한 이 작품은 영국 아카데미에서 영국 영화를 대상으로 한 작품상을 수상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합작품이며 감독과 남녀 주연 배우(돔놀 글리슨, 시얼샤 로넌)가 아일랜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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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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