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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데저트 / 좋지 않은 영화의 모범적 사례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여성 탐험가인 거트루드 벨(1868~1926)의 전기 영화인 ‘퀸 오브 데저트’는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연출하고 믿고 보는 배우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상은 손에 쥔 모래가 스르르 빠져나간 것처럼 허전하다.
명문 옥스퍼드를 졸업했지만 19세기 영국 처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도회장에서 남성들의 품에 안겨 춤을 추는 정도다.
거트루드는 코르셋처럼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삶을 거부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자 한다.
딸의 방황을 보다 못한 부친은 매부가 대사로 있는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으로 거트루트를 보낸다.
관습을 거부하는 신여성의 모험기라고 할까? 영화는 여기까지는 술술 읽힌다.
문제는 거트루트가 테헤란 영국 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일하는 헨리를 만나고 부터다.
거트루트가 나타나기 전에 헨리는 대사의 딸이자 거트루트의 사촌인 플로렌스의 구애를 받고 있었는데 그만 거트루트와 사랑에 빠진다.
보통의 영화 같으면 이 경우, 삼각관계를 부각시킬 만한데 ‘퀸 오브 데저트’는 루저인 플로렌스를 갑자기 출연시키지 않는다. 그냥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가려는 것처럼.
헨리와 사막의 데이트를 즐기던 거트루트는 이후 부친의 편지를 받고 영국으로 돌아가는데 이미 정보를 입수한 부친은 대사관 3등 서기관을 사윗감으로 탐탁치않게 여긴다.
이 부분에서 거트루트의 여정을 따라 먼 길을 다시 떠나야 하는 감독은 헨리를 자살시키면서 길을 재촉한다. 실화일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문제점은 인물의 나타남과 사라짐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한 헤어조크 감독은 이후 거트루트의 장대한 여정을 쫓아간다. 20세기 초반 문화와 기후가 다른 아라비아의 세계를 탐험한 신여성은 가는 곳곳마다 로맨스를 남기지만 끝내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다.
거트루트 벨을 가리켜 여행가이자 고고학자이자 영국의 스파이였다고 하는데 영화는 도대체 왜 거트루트가 그 먼 길을 탐험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실화니까 믿고 보라는 수준이다.
오늘날 사막 여행기 따위가 무슨 흥미가 있겠는가? 영화가 보다 입체성을 가지려면 평면적인 여행기보다는 거트루트의 내면과 갈등을 부각시켜야 했을 것이다.
물론 첫사랑인 헨리나 영사관 리처드를 잊지 못하는 거트루트의 내면적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녀의 일기 같은 고백은 아무런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 아무리 동안이지만 낼 모레 오십 대의 여배우에게 이십 대의 연기를 시키면 관객들이 찌릿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처녀의 감수성을 표현해야 하는 이십대부터 중년인 자신의 나이까지를 보여준 니콜 키드먼은 열연을 했다. 하지만 나이는 연기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퀸 오브 데저트’는 각본과 연출에 있어 저지르지 말아야 할 온갖 좋지 않은 사례의 본보기 같은 작품이다. 때로는 거장도 영화를 이렇게 만드니 보통의 감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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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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