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5. 9. 06:17

영화 ‘크리드’ 그리고 록키 발보아의 연대기

 

1977년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록키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포르노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의 성공으로 대스타가 되었으며 작품 속 주인공인 록키 발보아도 시리즈틑 통해 무려 십 년 넘게 전 세계를 철권통치했습니다.

 

그러나 록키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또 다른 페르소나인 람보와 함께 묘하게도 냉전의 종식과 함께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죠.

 

이후 무얼 해도 과거의 영화를 되찾지 못하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들고 나온 것은 놀랍게도 록키와 람보였습니다.(록키 발보아 2006, 람보4 2008)

 

영화 <록키 발보아, 2006>의 한 장면

 

록키와 람보는 역시나 실베스터 스탤론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평자들은 록키와 람보가 실베스터 스탤론을 구원했다고 했지만 저는 드디어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와 람보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강한 펀치를 날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게 중요한 것’(It ain't how hard you're hit, it's about how hard you can get hit, and keep moving forward)이라는 록키 발보아의 대사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티는 것이 목표인 록키 시리즈를 관통하는 정신이자 평자들의 무수한 조롱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실베스터 스탤론의 철학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관객들은 돌아온 록키를 반겼죠. 20세기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던 록키는 21세기 들어 괴물로 변한 자본주의에 맞서는 용기를 관객들에게 준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록키 발보아이후 다시 십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칠순을 바라보는 록키 발보아. 그가 이 세상에 다시 하고 싶은 말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크리드? 낯선 이름인가요? 그럼 아폴로라고 하면? 록키 시리즈를 관심 있게 본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아폴로입니다. 록키에게 챔피언 벨트를 빼앗긴 인물이죠. 그럼에도 록키의 절친이 되었으며 4(1985)에서는 소련의 괴물 복서 드라고를 상대했다가 즉사하고 맙니다. 크리드는 아폴로의 성이죠.

 

 

영화 크리드’(Creed, 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록키 시리즈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래 전에 죽었던 아폴로 크리드가 다시 살아난 것은 아니고 그의 아들인 아도니스 크리드(이하 도니, 마이클 B 조던)를 주인공으로 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전 세계 챔피언이었던 아버지의 피는 못 속이는지 어려서 주먹질로 소년원을 들락거리던 도니는 이제 어엿한 회사원입니다.

 

하지만 몸 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거절하지 못합니다. 야성이 부르는 소리였을까요? 아니면 돈이 부르는 소리였을까요?

 

아버지와 록키의 경기 동영상을 보던 도니는 회사를 때려 치고 무작정 록키가 거주하는 필라델피아로 떠납니다.

 

 

그러고는 록키를 만나 자신의 트레이너가 되어달라고 간청합니다. 청년이 누군지 모르는 록키는 당연히 사양을 하죠. 아내 애드리안을 먼저 보낸 록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조용한 말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의 거듭된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록키. 알고 봤더니 청년은 절친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입니다. 사람들은 암 투병 중인 록키가 존슨이라는 무명 복서의 트레이너가 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존슨은 운동을 시작하며 도니가 사용한 이름입니다.

 

결국 언론의 추적으로 존슨이 바로 전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천부적인 소질을 지진 도니는 승승장구 끝에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게 됩니다.

 

 

크리드는 다른 록키 시리즈와 달리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쓰지 않은 작품입니다. 스탤론은 록키 시리즈 전 편의 각본을 담당했습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 속에서 록키는 주인공이라 아니라 조연입니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은 남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죠.

 

비평가들이 뒤늦게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후한 평가를 내린 것은 특이합니다. 물론 록키 역의 스탤론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사실 스탤론의 철학은 이 작품이 아니라 자신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록키 발보아’(2006)에 집대성 되어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는 개봉도 못하고 말았지만 크리드는 북미에서 제작비의 세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아직까지 북미에서는 록키의 정신이 살아 있는 거죠. 하지만 저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제는 그만 록키를 놓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오랜 세월 자신의 페르소나 역할을 수행한 캐릭터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요?

 

실베스터 스탤론은 놀랍게도 <람보5>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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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키 발보아의 연대기-

 

 

록키(1976) : 록키 시리즈의 오리지널이며 무명의 실베스터 스탤론의 오늘이 있게 한 위대한 작품이다. 1977년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편집상 등을 수상했다. 달랑 96만불의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은 당시 북미에서 1억불이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었으며 월드 와이드 수익은 2억불을 넘었다. 록키를 통해 이탈리아 이민 2세인 실베스터 스탤론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지만 정작 작품이 말하고자 한 것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인간승리란 결과가 아니라 결과에 도전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세계 타이틀에 도전한 무명 복서 록키의 목표는 뚜렷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

 

록키2(1979) : 이제 사람들은 록키의 정신을 잊었다. 사람들은 1편에서 아쉽게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록키가 챔피언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싶어 했으며 록키2는 그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한 작품이다. 1편 보다는 못하지만 록키2 역시 북미에서만 제작비의 열 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으며 월드 와이드 수익은 1편에 이어 2억불을 넘겼다.

 

록키3(1982) : 강력한 도전자 클로버 랭에 패해 실의에 빠진 록키에게 아폴로가 나타나 훈련 파트너가 되어준다. 먼 훗날 크리드의 제작 발판이 된 스토리가 3편에서 싹 튼 것이다. 3편은 1편과 2편에 이어 북미 수익 1억불을 넘기며 영화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주제가인 서바이버의 ‘Eye of the Tiger’도 빌보드 싱글 차트 6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1편에 사용되었던 빌 콘티의 ‘Gonna Fly Now’의 흥행 기록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

 

록키4(1985) :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 발보아에 이어 탄생시킨 제2의 페르소나는 바로 존 람보다. 람보는 록키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했다. 지금은 람보를 그저 그런 B급 무비의 주인공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람보는 원래 참전 용사의 사회 부적응이라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이후 람보는 베트남과 아프간의 정글과 산악지대를 누비며 미국인을 대리 만족시켜 주었다. 록키4는 록키 시리즈 가운데 어떤 측면에서 가장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다. 미소 대립이 첨예하던 1980년대 중반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를 앞세워 미소 대결을 추진한다. 그 시절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람보와 록키의 활약을 보고 통쾌해했을까?

 

록키5(1990) : 동서냉전의 종식으로 람보의 시대가 간 것처럼 복싱 인기의 퇴조와 함께 이제 록키의 시대도 갔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1976 록키의 메가폰을 쥐었던 존 G 아빌드센에게 연출을 다시 맡겼지만 결과는 시리즈 가운데 유일하게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며 참패하고 말았다. 이후 록키는 명예를 회복하기까지 16년의 세월을 견뎠다.

 

록키 발보아(2006) : 록키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잘 알고 있었다. 예순이 된 록키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대신 그는 록키 발보아를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철학을 들려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록키 발보아는 제작비의 세배에 가까운 수익을 남겼다.

 

20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