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5. 22. 23:21

싱 스트리트

 

음악영화 원스’(Once, 2006)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을 연출한 존 카니 감독은 아일랜드 출신입니다. 특별히 감독의 출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일랜드라는 국가는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바다 건너 잉글랜드로부터 침략을 받은 아일랜드는 그래서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받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피침(被侵)으로부터 생겨난 한() 같은 것을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거죠.

 

한이 많은 민족이라서 그런지 아일랜드는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을 배출했습니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 버나드 쇼, 윌리엄 예이츠 같은 인물들이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며, 비록 리버풀 출신이기는 해도 세 명의 비틀즈 멤버(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는 원래 아일랜드계입니다. 또 게리 무어, U2, 엔야 등의 팝스타들이 아일랜드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음악과 친한 나라다 보니 아일랜드 출신의 영화감독이 음악영화를 만드는 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존 카니 감독의 신작 싱 스트리트’(Sing Street)의 배경은 불황이 심각한 1985년의 아일랜드입니다.

 

소년 코너(퍼디아 월시-필로)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학비가 저렴한 가톨릭계 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엄격한 교칙과 교우 관계에 애로를 느끼던 코너는 퇴교 길에 우연히 연상의 라피나(루시 보인턴)를 만나 한눈에 반합니다.

 

다짜고짜 라피나에게 밴드 활동을 한다며 자신을 소개하고 뮤직 비디오에 출연할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 코너는 라피나의 연락처를 얻긴 했지만 밴드를 만들 일이 걱정입니다.

 

결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스쿨 밴드 싱 스트리트를 결성한 코너. 하지만 뮤직 비디오 한 편 달랑 촬영한 라피나는 남친과 함께 런던으로 떠나가 버립니다.

 

 

싱 스트리트는 음악영화이자 한 소년의 성장영화이기도 합니다. 국가의 경제난은 코너라는 소년의 가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버지는 실직 상태고 어머니는 주 3일 근무로 바뀝니다. 학비가 싼 가톨릭계 학교로 옮긴 코너는 그 곳에서 엄격한 교칙과 학교 폭력으로 상처를 받습니다.

 

음악은 말하자면 코너의 유일한 탈출구인 셈입니다. 청춘영화니 만큼 양념 같은 로맨스도 빠지지 않습니다.

 

코너는 연상의 라피나를 사랑하지만 라피나는 모델을 한다며 남친을 쫓아 런던으로 떠납니다.

 

 

아마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으로 갔을 것입니다. 1972년생인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에는 이처럼 감독의 소년 시절, 불황과 폭력, 이주 같은 아일랜드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음악영화이니 만큼 Duran Duran‘Rio’, Hall & Oates‘Maneater’, M‘Pop Music’ 등 그 때 그 시절의 노래들이 귀를 즐겁게 합니다. 실제로 스쿨밴드를 했다더니 존 카니도 제가 듣던 팝음악을 듣고 자랐나 봅니다. 역시 음악은 만국 공용어입니다.

 

 

문제는 이야기 전개가 다소 뜬금이 없고 영화를 뒷받침할 킬러 싱글이 없다는 것입니다. 배경음악만 좋다고 음악영화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음악영화 이전에 영화가 되어야 하고 음악영화로 기억되게 하는 건 아무래도 좋은 오리지널 스코어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일반 관람객 같은 국내 평론가들의 우호적인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존 카니의 음악영화이면 다 괜찮다? 이건 아니잖아요?

 

 

이 영화 어떻게 볼까?

 

주말가격

주중가격

조조할인

다운로드

볼거없어

 

2016.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