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6. 5. 30. 08:18

영화 레이스 / 세상에서 가장 긴 10초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때로 스포츠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큰 감동을 준다.

 

우리에게는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올림픽 위원회는 참가 여부를 고민한다. 이유는 유대인과 흑인을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려는 나치의 태도 때문이었다.

 

 

이에 미국의 IOC위원인 에이버리 브런디지(제레미 아이언스)는 요제프 괴벨스를 만나 만약 나치가 끝까지 유대인과 흑인의 올림픽 참가를 방해한다면 미국은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말한다.

 

이 즈음 오하이오 주립대에 육상 특기생으로 입학한 제시 오웬스(스테판 제임스)는 육상 코치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서디키스)를 만나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운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이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하고 제시 오웬스가 대표 선수로 발탁되자 인권단체 일각에서는 제시 오웬스에게 미국 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올림픽에 참가하지 말 것을 종용한다.

 

미국은 나치의 인종차별을 이유로 올림픽 보이콧을 고려했지만 사실 미국 내 인종차별 역시 그에 못지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시 오웬스는 베를린으로 가서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히틀러의 콧대를 눌러주기로 결심한다.

 

무려 11만 명의 관중(1988년 올림픽 주경기장인 잠실종합운동장의 수용능력이 약 7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앞에서 보기 좋게 1백 미터와 2백 미터 우승을 차지한 제시 오웬스는 긴장한 탓인지 멀리뛰기에서 예선 탈락의 고비를 맞는다. 하지만 강력한 라이벌인 독일의 루츠 롱(데이빗 크로스)이 친절하게 도약 위치를 알려주어 예선을 통과하고 세 번 째 금메달을 목에 건다.

 

 

제시 오웬스는 베를린 올림픽에서 1백 미터, 2백 미터, 멀리뛰기와 4백 미터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해 4관왕의 위업을 이루었지만 원래 그는 4백 미터 계주 주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육상팀이 나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유대인 선수를 릴레이 주자에서 배제하는 바람에 대신 나선 오웬스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독일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려던 히틀러의 계획은 제시 오웬스의 뛰어난 활약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화가 난 히틀러는 끝내 금메달리스트인 제시 오웬스를 외면했다.

 

라이벌이면서도 제시 오웬스가 멀리뛰기 예선을 통과하는데 도움을 준 독일의 루츠 롱은 이후 2차 대전에 징집되어 전사했다. 제시 오웬스는 올림픽 영웅이었지만 귀국 후 오하이오 주립대의 수위 자리를 제안 받았다.

 

제시 오웬스가 이룬 올림픽 육상 4관왕의 신화는 이후 1984LA올림픽에서 육상 천재 칼 루이스에 의해 무려 48년 만에 재현된다. 오웬스는 1980년에 숨을 거두었다.

 

 

레이스’(감독 스티븐 홉킨스)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쓴 제시 오웬스에 대한 전기 영화다. 스포츠는 때로 그 자체가 드라마보다 감동적이긴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얻는 카타르시스와 드라마를 보고 얻는 감동은 달라야 한다. 하지만 레이스의 흐름은 단거리 경주처럼 단조롭다. 드라마가 굴곡 없이 진행되다 보니 제시 오웬스라는 거인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건지지 못한다. 영화에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나치의 인종차별 정책을 비판하기보다 미국 내 인종차별에 방점을 찍었더라면 울림이 컸을 것이다.

 

 

레이스는 미 프로야구 최초의 흑인선수였던 재키 로빈슨을 그린 ‘42’(2013)와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킹 목사의 인간적 면모를 다룬 셀마’(2014)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하지만 앞의 두 작품이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워낙 저예산 영화인 관계로 북미에서는 제작비의 네 배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찬밥이다.(참고로 야구영화임에도 ‘42’는 국내에서는 개봉도 하지 못했다) 지난 미국 아카데미가 화이트 아카데미라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비판하던 국내 영화 팬들은 요즘 어떤 영화들을 보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2차 대전을 다룬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블랙북’(2006)의 캐리스 밴 허슨이 올림픽 기록영화 감독으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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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