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7. 17. 18:30

다크 플레이스 / 잘 못 된 퍼즐 바로 맞추기

 

1985년 켄터키의 시골 마을.

 

허름한 농가에서 일가족 살해사건이 발생한다. 누가 왜 보잘 것 없는 집안의 일가족을 살해하였을까?

 

범인은 의외로(?) 큰 아들 벤(타이 세리던)으로 밝혀진다.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 딸 리비(스털링 제린스)가 오빠인 벤을 범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아마추어 범죄 연구 클럽에서 활동하는 라일(니콜라스 홀트)이 리비(샤를리즈 테론)를 찾아온다.

 

그날의 진실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라일을 만난 후로 리비의 기억은 혼돈 속에 빠져든다. 과연 오빠가 범행을 저질렀을까? 아니라면 왜 오빠는 항소를 하지 않았을까?

 

 

리비는 기억의 봉합을 풀고 30년 전의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아동 성추행 혐의를 받고 도망치려 하던 오빠 벤, 큰 빚을 지고 있던 이혼한 아빠(숀 브리저스), 벤의 아이를 임신한 채 벤과 함께 도망치려던 디온드라(클로이 모레츠) 등을 차례로 만나 사건의 퍼즐을 다시 꿰맞추는 과정에서 리비는 의외의 퍼즐 한 조작을 발견하게 되는데..

 

 

길리언 플린의 원작 소설을 질스 파켓 브레너 감독이 연출한 '다크 플레이스'(Dark Places)는 데이빗 핀처가 연출하기도 한 길리언 플린의 다른 작품 나를 찾아줘(Gone Girl)'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드러난 현상이 진실이 아닐 것임을 초반부터 강하게 암시하기 때문에 영화는 깜짝 반전이 아니라 플래시백을 활용하여 사건을 재구성한다.

 

문제는 플래시백이라는 퍼즐이 리비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추리와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연출자)에 의해 삽입되는 형태로 맞춰지기 때문에 마치 누군가가 맞추는 퍼즐을 보는 것처럼 추리 영화 특유의 지적 쾌감이 크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리비가 어떤 추리 과정을 통해 진실에 도달했는지를 짐작할 수가 없다. 훈수에 그쳐야 할 연출자가 정작 바둑 두는 사람은 의미도 모르는 바둑돌을 반상에 직접 놓아 버린 것이다.

 

차라리 영화가 끝난 다음에 복기하듯 사건을 재구성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5.7.17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