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8. 2. 13:00

러브 앤 머시 / 브라이언 윌슨의 삶과 사랑

 

개인적으로 비치 보이스의 앨범 '팻 사운즈'(Pet Sounds)를 명반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앨범은 순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기관에서 선정하든 명반의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러브 앤 머시’(Love & Mercy, 감독 빌 포래드)서프 뮤직’(Surf Music)을 대표하는 뮤지션 비치 보이스가 장르 음악을 극복하고 명반으로 일컬어지는 팻 사운즈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1965년 비틀즈의 새 앨범 러버 소울’(Rubber Soul)을 들은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은 충격에 빠진다. 마치 앨범 전체가 한 곡 같은 느낌이 드는 완전체라는 생각을 한 브라이언 윌슨은 장르 음악에서 벗어나 자신도 러버 소울같은 명반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을 한다.

 

이에 투어에서도 빠진 채 스튜디오에 처박혀 새로운 곡들을 써내는 브라이언 윌슨. 하지만 멤버들은 물론 그 누구도 새 작품을 이해해주지 않는 가운데 브라이언은 온갖 기괴한 환청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브라이언 윌슨이 악전고투 끝에 팻 사운드를 쓰던 1960년대와 정신병으로 투병을 하던 1980년대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장년의 브라이언 윌슨은 망상형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아 주치의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브라이언은 차를 구입하러 갔다가 카 딜러인 맬린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교제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주치의가 치료를 이유로 자신의 허락 없이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브라이언 윌슨이 주변의 무관심과 무기력증 그리고 온갖 환청을 극복하고 명반 팻 사운즈를 만들었다면 장면의 브라이언 윌슨은 정신병을 극복하고 맬린다와 사랑의 결실을 이룬다. 그러고는 마침내 40년 가까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던 스마일’(Smile) 앨범을 세상에 내놓는다.

 

 

러브 앤 머시는 현존하는 뮤지션을 그린 전기영화이자 그의 음악을 실은 음악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인 브라이언 윌슨의 일대기를 훑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시점은 두 군데다. 환청에 시달리던 20대의 브라이언과 정신병과 투병하던 장년의 브라이언.

 

청년의 브라이언(폴 다노)과 장년의 브라이언(존 쿠삭)을 연기한 주연 배우가 다르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영화는 두 가지의 이야기로 분절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날의 브라이언과 장년의 브라이언이 추구한 결과는 같다. 1960년대의 브라이언이 내놓은 결과물이 팻 사운즈라면 장년의 브라이언은 오랜 방황 끝에 본인의 이름을 건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Bryan Wilson, 1988)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러브 앤 머시’(Love and Mercy)는 브라이언 윌슨 앨범의 첫 번 째 수록곡이기도 하다.

 

 

영화는 청년과 장년의 브라이언 윌슨 가운데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감이 없지만 배우의 무게는 청년의 브라이언 윌슨을 연기한 폴 다노 쪽에 있다. 폴 다노는 외모부터 젊은 브라이언 윌슨을 빼닮았다. 반면 존 쿠삭은 요 몇 년 새 그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러브 앤 머시에서도 주연을 맡았지만 조연처럼 보인다.

 

2015.8.2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