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9. 1. 00:00

[장진영 추모] 국화꽃 향기/ 그녀, 국화꽃 향기를 남기고..

 

 

 

영화 국화꽃 향기’(2003, 감독 이정욱)는 마치 장진영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작품입니다. ‘국화꽃 향기의 주인공 희재(장진영 분)도 위암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죠.

 

 

인하(박해일)는 대학 동아리에서 선배인 희재를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선배인 희재는 그런 인하의 사랑을 한때의 열정으로 치부하죠. 인하는 영원이라고 하지만 희재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인하는 군에 가고 희재는 선배인 성호(김유석)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희재.

 

바로 그 때 인하가 희재 앞에 돌아옵니다.

 

희재는 사랑의 감정을 자신이 연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하고 순간을 영원으로 만듭니다. 희재와 인하는 뒤늦게 행복한 삶을 얻습니다. 그런데 신이 그들에게 허락한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 알았더라면 어쩌면 시작도 하지 않거나 보다 일찍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번에는 희재가 자신의 투병기를 인하의 프로그램에 올립니다. 물론 인하는 투병기의 주인공이 희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죠.

 

신이 정해 준 날 희재는 인하의 곁을 떠납니다. 대신 자신의 분신 재인을 남긴 채.

 

 

작가 김하인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국화꽃 향기는 앞서 소개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는 다른 장진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 출연 당시 장진영의 나이는 이미 삼십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풋풋한 대학생 연기가 가능하더군요. 물론 극중 희재가 커버하는 나이 대는 이십 대 초에 머물지 않습니다.

 

장진영은 이 작품 출연 이후 싱글즈’, ‘청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등의 영화를 남겼습니다. ‘청연에서 날개를 꺾인 것이 애석하죠.

 

만약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생전 그녀는 자신이 나이 든다는 걸 상상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는데 저로서도 사십 대 중반의 그녀가 잘 상상이 가지 않는군요. 요즘 여성 연예인들에게 사십 대 중반의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들어오는 배역은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요? 자신도 상상이 가지 않는 배역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겠죠.

 

이 자리를 빌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5.8.30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