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질링(changeling) / 믿는 것이 진실이다?

 

 

LA의 전화국에서 일하는 크리스틴 콜린스(안젤리나 졸리)는 홀로 아홉살 난 아들 월터를 키우며 살아간다. 그녀는 매일 아침마다 벽에다 아들의 키를 재며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한다.

 

 

19282월의 어느 휴일, 동료 대신 일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온 콜린스. 그런데 집 안에 있어야 할 월터가 보이질 않는다. 늦은 밤까지 월터를 찾아 헤맨 그녀는 신고를 하지만 경찰은 실종 24시간 이내에는 출동할 수 없다는 사무적인 답변만을 늘어 놓는다.

 

5개월 후,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사진기자들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월터가 도착한다는 기차역에 나간 그녀. 기차에서 내린 아이는 이름과 주소를 묻는 경찰에게 또박또박 답변을 한 후 콜린스의 품에 안긴다. 사방에서 터지는 사진기자들의 플래쉬.

 

 

하지만 5개월 만에 경찰이 찾아낸 아이는 그동안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당혹해 하는 콜린스에게 LA경찰청의 아동담당 존스 반장(제프리 도너반)은 아이들은 금방 자라는 법이라며 데리고 갈 것을 종용한다.

 

에 돌아와 아이의 키를 재보는 콜린스. 아이의 키는 5개월 동안 4인치나 줄어 있었다.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에게 그녀는 나는 네 엄마가 아니라며,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예요.' 존스 반장을 찾아 간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 Who are you?

 

이에 콜린스는 월터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과 치료를 담당했던 치과의사를 증인으로 내세워 자신의 주장이 정당함을 입증하려 하지만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신세가 된다.

 

병원에 갇힌 콜린스는 원장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병원장 역시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는 콜린스에게 병원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착각을 시인하고 경찰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경찰과 콜린스, 도대체 누구의 주장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이제는 명배우라는 호칭보다 거장이라는 호칭이 더욱 자연스러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체인질링'(changeling)이 개봉되었다.

 

LA경찰의 부패와 강권(强權)이 극에 달했던 1920년 대 후반, 아홉살 난 아들을 잃어버린 여인에게 경찰은 엉뚱한 아이를 데려와 아이를 찾았다고 주장한다. 마음 먹으면 남의 아이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경찰.

 

여인은 경찰이 찾아낸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허구였더라면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을 것이다.

 

체인질링은 미스테리 스릴러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콜린스는 왜 처음부터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보다 강력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낯선 아이는 누구이며 왜 그녀의 품에 안겼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전개를 하는 과정에서 콜린스가 존스 반장의 억압과 회유에 눌려 처음에 자신의 주장을 하지 못했음을 그리고 낯선 아이 역시 경찰이 그렇게 하도록 시켰음을 드러낸다.

 

영화는 중반 이후 연쇄 아동살인마를 등장시킴으로써 스릴러의 구색도 갖추었다. 하지만 잔혹한 장면을 노출하진 않는다.

 

시나리오를 접한 거장이 만들고 싶었던 것은 미스테리 스릴러가 아니었을 것이다. 감독은 남의 아이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권력에 맞서는 여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 주고 있다. 러닝 타임은 140분에 이르지만 흐름은 꽤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범인이 붙잡힌 후 아무래도 이야기의 탄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체인질링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모성을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의 변신은 눈부시다. 그녀는 올해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션되었지만 어찌 보면 적에 맞서는 도구를 총검에서 모성으로 바꾸었을 뿐 아닌가? 그런 면에서 안젤리나 졸리를 발탁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판단은 정확했다.

 

 

'현대차 로비 사건'으로 기소되었다가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풀려 난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은 집필 중인 책에서 '검찰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80년 전의 LA경찰이나 우리 검찰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스스로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체인질링'(changeling)'바꿔치기 한 어린 아이'라는 뜻이다. 제목에서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2009.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