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15. 8. 3. 18:18

셀마 / 민권은 종착역이 없다

 

민권법 제정으로 제도적으로 흑인의 참정권이 확대된 1960년대 중반. 하지만 남부 앨라바마주에서는 여전히 흑인의 투표권을 가로 막고 있었다.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권자 등록이 필요했는데 주 정부의 묵인 아래 유권자 등록소에서 갖은 구실로 흑인의 등록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흑인들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지도 아래 비폭력 평화 시위를 벌이기로 한다. 196537일 앨라바마의 셀마에서 시작된 평화 행진은 그러나 경찰의 무차별적인 저지로 얼마 가지 못하고 진압되고 만다.

 

경찰의 야만적인 진압에 미 전역이 들끓고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백인들까지 합세하여 이틀 후 2차 행진이 벌어진다. 하지만 앞장서 시위대를 이끌던 마틴 루터 킹은 안전을 우려하여 앨라바마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시위를 중단한다.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그는 다시 한번 시위대를 이끌기로 결심한다. 드디어 연방법원으로부터 평화적 시위에 대한 보장을 받고 321일 셀마로부터 앨라바마주의 주도인 몽고메리까지 87km를 무려 25천여 명이 시위대가 평화적 행진을 벌인다.

 

 

지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여덟 작품 가운데 가장 늦게 셀마’(Selma, 감독 : 에마 두버네이)가 개봉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앨라바마주에서 1965년 발생했던 흑인의 참정권을 확보하기 위한 평화적 시위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당시 시위대를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의 영웅적인 일대기를 전하기 위한 위인전은 아닙니다. 영화는 그의 인간적인 약점까지 들춰냅니다.

 

당시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베트남에 참전했던 미국은 그러나 정작 자국 내에서 벌어진 반민주적인 행태는 애써 외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킹 목사가 존슨 대통령을 만나 문제점을 지적하자 존슨 대통령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렇다고 존슨 대통령이 흑인의 투표권 보장에 반대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흑인의 유권자 등록 방해를 방조했던 조지 월러스 앨라바마 주지사를 강경 비판했으며 의회에 민권법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셀마는 미국이 이처럼 흑인의 참정권 문제로 들끓고 있던 1965년 셀마라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되었던 평화적 시위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흑인들은 투표권을 보장 받았습니다만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지금도 여전히 미국 사회는 인종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따금 보도되는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를 보면 인종 간의 불평등 문제는 미국 사회의 숙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민권은 종착역이 없기 때문입니다.

 

존슨 대통령이 조지 월러스 주지사에게 평생을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일한 당신이 흑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냉담하냐고 묻자 그는 흑인들은 만족을 모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버스 앞자리를 요구했다가 이제는 투표권 보장을 원한다고 말하죠.

 

1965년 당시 앨라바마 주지사였던 조지 월러스는 실제 악명 높은 인종차별 주의자였습니다. 주지사에 당선된 뒤 그는 오늘도 내일도 영원한 인종차별이라는 취임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만년에는 그도 자신의 인종차별 정책을 반성했습니다.(1995316일 한겨레신문 기사 참고)

 

 

킹 목사를 연기한 데이빗 오예로워는 킹의 카리스마는 물론 인간적인 면모까지 잘 표현했습니다. 데이빗 오예로워는 2차 시위를 중단한 에드먼드 패투스 다리 위에서의 킹 목사의 모습을 카리스마 넘치는 흑인 인권 운동가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셀마가 표현한 인물들에 대한 균형 잡힌 묘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영화들이 본받아야 할 전범을 제시합니다.

 

2015.8.3 블루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