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스릴러 2015. 11. 22. 16:02

검은 사제들 / 국적 불명의 퓨전 피자

 

 

엑소시스트’(Exorcist, 1973) 이래 엑소시즘(Exorcism)은 헐리웃의 흔한 스릴러 소재다. 우리나라에서도 귀신을 쫓는 굿이 전통적 소재로서 각종 드라마에서 자주 활용되는 편이지만 카톨릭에서 행하는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는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이 처음이다. 감독은 26분짜리 자신의 짧은 단편(12번째 보조사제)을 장편으로 만들었다. 그 만큼 엑소시즘에 대해 집착했다는 말이다.

 

 

한 여고생(박소담)이 뺑소니 사고를 당한 후 악령에 씐다. 여고생을 친 차량이 하필 서울에서 엑소시즘을 마치고 악령을 돼지의 몸 안에 가둔 로마의 카톨릭 사제들이 타고 있는 승용차였기 때문이다. 김신성 신부(김윤식)는 여고생 영신의 몸에 장미십자회에서 쫓는 12형상 가운데 하나가 들었다는 것을 알고 구마의식(驅魔儀式)을 진행한다. 엑소시즘에 무관심한 교단에서는 김신부에게 마지못해 보조사제로 신학생 최부제(강동원)를 붙여 준다. 최부제가 다니는 신학교의 학장은 그에게 김신부를 감시하라는 은밀한 지시를 내린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그렇다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 여부는 얼마나 스릴을 주느냐에 달렸다.

 

스릴러로서 검은 사제들은 성공적이다. 후반부 40분에 이르는 구마의식은 모골이 송연한 느낌을 준다. 엑소시즘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기시감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귀신들린 여고생 역할의 박소담의 연기는 압도적이며 악령을 쫓아내는 역할의 김신부 역의 김윤식을 제압한다. 박소담은 혼수상태의 환자 역할을 위해 삭발을 하기도 했다.

 

보조사제 역할의 강동원과 악령이 든 여고생 역의 박소담은 라틴어, 중국어, 독일어, 우리말로 대사를 나누며 극의 사실감을 높인다.

 

 

시각적 효과에 비해 유사 소재를 가진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야기로서의 매력은 크지 않다.

 

보조사제로 발탁된 최부제는 어린 시절 겪은 사고로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만 그가 가진 트라우마와 구마의식이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영화는 카톨릭 방식의 엑소시즘 외에 소머리를 등에 지고 귀신을 쫓아내는 전통적 굿을 보여줌으로써 신비감을 높인다. 하지만 굿과 엑소시즘의 화학적 결합은 이루지 못했다. 따로 논다는 말이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을 우리 밀로 만든 이탈리아 피자라고 말했다. 적확한 표현이긴 하지만 피자에 빈대떡 맛을 슬쩍 내면 국적 불명의 퓨전 요리인가?

 

 

극에서 말하는 12형상이란 카톨릭 교리를 부정하는 장미십자회에서 정한 12가지 악령을 뜻하며, ‘(예수께서) 가라하시어,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 들어가자 돼지 떼가 바다에 들어가서 죽었다는 마태복음 832절을 모티브로 했다.

 

201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