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상영관 2022. 12. 9. 10:52

쇼생크 탈출 / 인간의 의지는 가두지 못하리

 

1947년,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라는 은행원이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중범죄들이 수감된 쇼생크 교도소에 들어온다.

 

악질적인 수감자들은 비역질을 하기 위해 수시로 앤디를 괴롭혔지만 그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힌다. 결국 앤디는 심하게 구타당한 채 병원으로 실려 가고 괴롭히던 죄수는 간수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고 몸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 날 이후로 그 누구도 더 이상 앤디를 괴롭히지 않았다.

 

크건 작건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앤디는 우연히 간수의 세금 문제를 조언해 준 것을 계기로 해마다 간수들의 세금 정산을 대리해 주게 되었다. 앤디는 이윽고 교도소장인 노튼(밥 건튼)이 부정축재한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앤디는 절친 레드(모건 프리먼)에게 교도소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나쁜 일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노튼은 세탁장에서 일하던 앤디를 교도소내 도서관 사서로 임명한다. 앤디는 죄수들의 교화에 도움이 되는 도서를 확보하기 위해 매주 한통씩 주정부에 예산을 배정해 달라는 편지를 쓰는 한편 무엇이든 조달이 가능하다는 레드에게 여배우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레드는 당대의 여배우 리타 헤이워드의 대형 포스터를 구해준다.

 

노튼 소장은 포스터가 교도소내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라는 걸 알면서도 눈감아 준다.

 

 

처음엔 무시하던 주정부도 앤디의 열정에 손을 들고 다수의 도서와 레코드판과 기부금을 쇼생크에 전한다. 앤디는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는 일주일에 두 통의 편지를 쓰겠다고 말한다.

 

주정부에서 보내온 도서와 음반을 정리하던 앤디의 손에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잡힌다. 조심스럽게 음반을 꺼낸 그는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순간 울려 퍼지는 아리아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Che soave Zeffiretto)'.

 

노튼 소장과 간수들은 앤디에게 레코드판을 내려놓으라고 하지만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교도소 전체에 송출한다. 죄수들은 마치 홀린 듯 교도소의 담장을 넘어 울려 퍼지는 아리아를 듣는다.

 

 

'그 노랫소리는 회색 담장을 넘어 이 곳에 있는 우리들로서는 꿈을 꿀 수도 없는 하늘 저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가 우리의 작은 새장으로 날아와 우리를 둘러싼 담장을 허물어 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쇼생크의 모두가 자유를 느꼈다.' 레드는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죄수들에게 잠시 나마 자유를 꿈꾸게 한 죄로 앤디는 독방에 수감된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작은 새를 빼앗아 갈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음악을 가둬둘 수 없었다.

 

 

어느 날 쇼생크에 토미(길 벨로우스)라는 죄수가 들어온다. 앤디는 문맹인 토미에게 글을 가르치고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케 한다. 레드로부터 앤디의 사정을 들은 토미는 전에 있던 교도소의 다른 수감자가 그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하더라는 놀라운 얘기를 말한다.

 

앤디는 즉각 노튼 소장을 찾아가지만 노튼 소장은 그깟 놈의 말 무시하라며 재심을 청구하는 앤디를 독방에 가둔다. 그러고는 토미를 죽이고 탈옥하다 사살된 걸로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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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포스터의 주인공도 리타 헤이워드(1940년대)에서 마를린 먼로(1950년대) 다시 라켈 웰치(1960년대)로 바뀐다.

 

어느덧 흰머리가 성성한 앤디는 레드에게 멕시코의 지후아타네호 해변을 얘기한다. 가석방이 되거든 자신이 일러준 곳에 가보라는 뜻 모를 말과 함께.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던 밤에 앤디가 감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도대체 앤디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앤디의 탈옥 후 가석방된 레드는 앤디가 일러준 곳에 가본다. 그곳에는 현금뭉치와 앤디의 편지가 있었는데..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연출한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은 '빠삐용'과 더불어 탈옥 영화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탈옥의 과정을 그린 영화는 아니다.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죄목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아 쇼생크에 수감되었지만 그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수감자들의 괴롭힘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나 소장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끄지 않는 장면은 그의 기질과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가둘 수 없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앤디는 어떻게 쇼생크를 탈출한 것일까? 사실은 이랬다.

 

쇼생크에 들어온 앤디는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는 레드에게 돌을 쪼개 조각품을 만든다며 망치를 구해달라고 한다. 교도소에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앤디에게 요청을 받은 순간 레드는 생각한다. 조그마한 망치로 굴을 파서 쇼생크를 나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한 6백년?

 

별 의심 없이 앤디에게 망치를 전달한 레드. 하지만 앤디는 6백년이 걸릴 것 같던 그 일을 채 20년도 걸리지 않아 해냈다. 벽을 뚫고 오수관을 타고 500야드를 기어 자유를 찾은 것이다.

 

 

은행원 출신인 앤디는 치밀했다. 가상인물의 통장을 만들고 노튼 소장에게 송금토록 했다. 그래야 추적하지 못한다며. 이렇게 해서 노튼 소장의 더러운 돈을 완벽하게 세탁한 앤디는 탈옥 후 돈을 찾아 멕시코로 떠난다. 지후아타네호 해변으로.

 

'쇼생크 탈출'은 1995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었지만 '포레스트 검프'에 완벽하게 밀리며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다. 당시 앤디 역의 팀 로빈스 대신 조연인 레드 역의 모건 프리먼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201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