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마더스 / 남성의 감정은 배제된 여성주의 영화

 

 

호주의 한적한 해변 마을.

 

친자매 처럼 성장한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결혼한 후에도 한 동네에서 이웃하며 살아간다.

 

당연히 릴과 로즈의 아들인 이안(자비에르 사무엘)과 톰(제임스 프레체빌)도 친형제처럼 자라난다.

 

릴과 로즈는 어느 덧 꽃미남으로 성장한 아이들을 보며 흐뭇해 한다.

 

"쟤네들이 우리 작품이라니.."

 

 

 

 

그러던 어느 날, 톰의 집에 머문 이안이 톰의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친구의 어머니이자 어머니의 친구인 로즈에게 키스를 한다.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로즈.

 

우연히 어머니와 친구의 관계를 목격한 톰은 바다로 나가보지만 열을 식히지 못하고 그만 이안의 집으로 가서 릴을 유혹한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릴은 친구의 아들이자 아들의 친구의 혈기를 이겨내지 못한다.

 

이 즈음 로즈의 남편은 직장을 얻어 시드니로 떠나고 이제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 해변은 서로의 관계를 인정하는 네 사람 만의 완벽한 파라다이스다.

 

꿈 같은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가 있는 시드니로 떠난 톰이 그 곳에서 만난 여성과 교제를 시작한다. 투 마더스는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을 놓아 주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한다.

 

 

 

 

금도를 넘어선 이야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투 마더스'(감독 : 앤 폰테인)는 특히 남성 관객에게 대단히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중년 남성인 저로서는 릴과 로즈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 역시 쉽진 않지만 영화는 되겠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안과 톰. 얘들은 뭐죠?

 

 

 

 

작년에 은교를 개봉했을 때 저는 여고생 은교를 둘러싼 노시인과 젊은 소설가의 감정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교의 감정은 도더히 이해를 못하겠더군요. 그건 원작 소설을 읽어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남성 작가가 쓴 소설을 남성 감독이 영화로 만들다 보니 여성의 시각과 감정은 많이 배제된 것 같아 아쉽더군요.

 

저는 영화 은교에서 가장 우스웠던 게 '여고생이 외로워서 아저씨랑 잔다'는 은교의 대사였습니다.

 

'투 마더스'에서 이안과 톰도 외로워서 아줌마들이랑 잤을까요? 혹시 이 아이들은 유충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아들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이 영화는 변형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고 해석될 여지도 남기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세월이 흘러 릴과 로즈는 시어머니와 할머니로 완벽하게 변신해 있습니다. 지나간 세월은 잊고 각자의 가정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은교'가 남성 작가들에 의해 창조된 것처럼 '투 마더스'는 원작 소설도 영화도 모두 여성 작가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그래서 인지 남성인 제가 보기에는 영화가 릴과 로즈의 감정의 선만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영화를 보며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덜 들었다면 사십 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미끈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나오미 왓츠와 로빈 라이트 두 여배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축처진 가슴과 볼록한 아랫 배를 가진 투 마더스를 섭외했더라면.. 아마도 영화 다 보지 못하고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ㅎㅎ

 

2013.8.24